“이게 한국 뮤지컬이라고?”—대학로에서 시작한 뮤지컬, 브로드웨이에서 기립박수 받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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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토니어워즈에서 무려 6관왕.

지난 6월 초 열린 제78회 토니어워즈. 미국 최고의 공연 예술 시상식에서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까지 무려 6관왕을 차지했습니다. 미국 현지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토니상 거머쥔 박천휴 작가(왼쪽)와 윌 애런슨 작곡가. /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토니상 거머쥔 박천휴 작가(왼쪽)와 윌 애런슨 작곡가. /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감정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따뜻한 작품”, “작은 기적 같은 공연”이라는 찬사가 이어졌고, 주요 매체들도 앞다투어 극찬을 쏟아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로 응답했습니다.

처음엔 모두가 놀랐지만, 이 성공은 어쩌면 이미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한국 공연 장면. / CJ ENM 제공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한국 공연 장면. / CJ ENM 제공

9년 전 대학로에서 시작된 아주 조용한 실험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서울 대학로의 작은 소극장에서 시작됐습니다. 로봇이 주인공이고, 그 로봇이 사랑하고 이별하는 이야기. 누구도 흔히 상상하지 못할 소재였지만,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눈물과 박수를 동시에 얻었습니다. 박천휴 작가와 작곡가 윌 애런슨은 말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의 감정을 가장 순수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었어요.”

그 말처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는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통했다는 게 미국의 반응이었습니다.

브로드웨이 입성, 그리고 6관왕까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ending). / NHN링크 제공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ending). / NHN링크 제공

2017년부터 제작진은 영어 버전을 준비하며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꿨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죠. 언어뿐만 아니라 감정의 결, 문화 코드까지 바꿔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았고, 2024년 11월 마침내 뉴욕 브로드웨이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공연을 올렸습니다.

결과는?

2주 연속 매출 100만 달러 돌파, 전회차 기립 박수, 그리고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의 토니어워즈 작품상 수상. 주연을 맡은 대런 크리스(‘글리’ 출신 배우)와 헬렌 J. 셴의 호흡도 인상적이었고, ‘Maybe Love’, ‘Goodbye My Room’ 같은 넘버들은 관객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M2

왜 이 작품이 통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 정서로 출발했지만, 사랑과 이별, 기억과 존재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하나, 단순히 번역한 게 아니라 미국 정서에 맞게 대사와 흐름을 수차례 수정하며 진짜 미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현지화 전략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박천휴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 인디팝,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 브로드웨이 스타일을 섞어 누구든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유튜브, 연합뉴스

이건 시작일 뿐… K-뮤지컬의 시대가 열린다

이번 수상은 단지 한 작품의 성공이 아닙니다. 그동안 대학로에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온 창작 뮤지컬들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결정적 사례입니다. 지난해에는 신춘수 프로듀서가 참여한 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한국계 디자이너 린다 조, 김하나가 각각 의상·조명 부문에서 토니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K-뮤지컬’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수입이 아닌 ‘수출’될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것을 증명했죠.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포스터. / CJ ENM 제공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포스터. / CJ ENM 제공

한국의 작은 소극장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세계 공연 예술의 중심에서 울림을 줬습니다. 그리고 관객은 알게 됐습니다.

“이게 한국 뮤지컬이라고? 그런데… 너무 좋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입성할 수 있을까요? 이번 6관왕은 그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