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한 김치통 냄새, 이렇게 하면 완벽 제거... 한국 최고 전문가의 조언

2025-06-14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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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가 공개한 김치통 냄새의 진짜 원인과 완벽 제거법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김치를 많이 먹는 집에선 공통적인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김치통에 밴 고질적인 냄새다. "아무리 닦아도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새 김치를 담아도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주부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김치통 냄새는 어떻게 해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까.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가 최근 '지식한상'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치통 냄새의 화학적 원인과 과학적 해결법을 상세히 공개했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된다"는 방법론을 넘어 왜 김치통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지, 어떤 성분이 문제인지를 화학적으로 분석해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김치통에서 나는 냄새의 주원인은 알데하이드 화합물과 황화합물이다. 김치에 들어있는 성분을 분석한 연구 결과, 이 두 화합물이 가장 심한 냄새를 낸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이런 냄새 분자들이 플라스틱 김치통에 깊숙이 박혀있을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플라스틱 재질의 김치통이 냄새를 더 오래 간직하는 이유도 과학적으로 설명된다. 플라스틱은 겉보기에는 매끈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분자들 사이에 미세한 틈이 존재한다. 공을 여러 개 모아놓으면 공 사이에 틈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 틈 사이로 냄새 분자들이 깊이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반면 스테인리스 통의 경우는 다르다. 스테인리스는 철과 크로미늄 등의 금속으로 만든 합금인데, 스테인리스 위에서는 냄새 분자가 비교적 빨리 산화된다. 그래서 씻고 난 직후에는 냄새가 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치통이 빨갛게 변색하는 데도 화학적 원인이 있다. 김치의 빨간 색소는 전적으로 고추에서 나오는 라이코펜(리코팬) 성분 때문이다. 이 색소는 물에는 전혀 녹지 않고 기름에만 잘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김치통을 기름으로 닦지는 않기 때문에 물로만 씻어서는 색깔이 계속 남아있게 된다.

그렇다면 김치통 냄새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냄새 분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 김치통 표면에 있는 냄새와 플라스틱 속 깊숙이 박힌 냄새를 구분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면에 붙어있는 알데하이드 분자들은 과탄산소다로 제거할 수 있다. 과탄산소다에 들어있는 과산화수소가 알데하이드를 유기산으로 바꾸고, 남아있는 탄산소다나 워싱소다가 이 유기산과 반응해 비누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화물은 더 까다롭다. 이 화합물은 더 강한 산화가 필요해서 자외선을 쬐어주거나 락스 같은 강한 산화제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플라스틱 속 깊숙이 박힌 냄새 분자들이다. 이런 분자들은 서서히 증발해서 나오는데, 빨리 제거하려면 김치통 구조를 망가뜨리는 방법밖에 없다. 뜨거운 물을 쓰거나 유기용매로 닦아내는 것인데, 이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이 교수가 제시한 방법은 흡착을 이용하는 것이다. 김치통에 신문지와 활성탄 가루를 넣고 뚜껑을 닫아두는 방식이다. 고양이 모래도 같은 효과를 낸다. 이런 물질들이 김치통에서 빠져나오는 냄새를 붙잡아서 가둬버리면, 김치통 속 공기 중에는 냄새 분자가 없어진다. 그러면 또 다른 냄새 분자가 빠져나올 수 있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완전히 사라진다.

실용적인 활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치통 크기 정도라면 과탄산소다 한 컵을 물에 녹여서 하루 정도 두면 거의 냄새가 없어진다. 냄새가 더 남아있다면 묽은 락스를 추가로 사용하거나 햇볕 아래 몇 시간 정도 둘 수도 있다. 다만 햇볕에 너무 오래 두면 플라스틱 구조가 망가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과탄산소다 처리 후에는 김치통을 완전히 말리고 신문지와 활성탄을 넣어 뚜껑을 닫아두면 된다. 1, 2개월 후 다시 사용할 때는 냄새가 완전히 없어져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팁도 공개했다. 오렌지 껍질에 들어있는 리모넨 성분이 황화물을 잘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렌지 껍질을 갈아서 즙을 짜내 김치통을 닦아주면 냄새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시중에 판매되는 '발을 씻자' 같은 제품에도 리모넨이 일부 들어있다고 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쌀뜨물이나 식초를 사용하는 민간요법에 대해서도 화학적 설명을 덧붙였다. 쌀뜨물에는 쌀겨 부분의 실리카와 셀룰로오스, 리그닌 같은 섬유질이 들어있어 냄새 분자 흡착 효과가 있다. 식초는 진한 것을 써야 한다. 김치통 틈새로 들어가서 냄새 분자를 씻어내는 유기용매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 방법은 김치통 속에 박힌 모든 분자를 다 씻어내지는 못한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커피 찌꺼기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섬유소가 많아서 냄새 분자가 흡착되는 방법이다. 활성탄이나 고양이 모래 같은 더 좋은 재료가 있다면 굳이 찾아서 쓸 필요는 없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이 교수는 "우리 주변에서 나는 냄새는 거의 대부분 세균이 만드는 것"이라며 "유기산과 황화물, 심지어 노인 냄새까지도 우리 몸에서 나오는 물질을 세균이 대사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세균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세균의 먹이가 되는 수분과 영양소를 공급하지 않는 것이 냄새 제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가 '지식한상'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치통 냄새의 화학적 원인과 과학적 해결법을 상세히 공개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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