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에 익숙한 한국인들, 유럽 여행 가면 유독 음식이 짜게 느껴지는 이유

2025-06-1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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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럽, 왜 짠맛의 차이가 느껴질까?
음식 문화의 차이로 본 짠맛의 비밀

해외여행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음식이 너무 짜다”는 불만이다. 특히 유럽 여행을 다녀온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반응이 유독 자주 나온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김치, 장아찌, 된장국처럼 짠맛이 들어간 음식은 한국 식탁에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유럽 음식이 더 짜게 느껴지는 걸까?

짠맛의 정체, ‘염도’보다 ‘먹는 방식’

음식의 짠맛을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한 염분 함량만이 아니다. 같은 나트륨 함량이어도 어떻게, 무엇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짠맛의 강도는 달라진다. 한국인은 국, 반찬, 밥이 따로 구성된 식사를 기본으로 한다. 국이나 찌개에 소금이 들어가도 밥과 함께 먹으면서 맛이 희석되며, 짠 반찬 역시 밥과 함께 곁들여 먹기 때문에 짠맛이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느껴진다.

반면 유럽은 단품 요리가 중심이다. 파스타, 피자, 햄, 치즈 요리처럼 한 접시에 메인과 간이 모두 들어간 형태다. 여기에 빵은 따로 제공되긴 하지만, 밥처럼 짠맛을 흡수하거나 희석하는 역할을 하진 않는다. 짠맛이 입 안에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구조라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국물 문화’와 ‘건조 문화’의 차이

한국은 국과 찌개, 나물 무침처럼 수분이 많은 음식이 많다. 이는 짠맛이 물에 어느 정도 녹아들어간 형태로 섭취되기 때문에 체감상 덜 짜게 느껴진다. 반면 유럽의 대표 음식인 햄, 소시지, 치즈는 대부분 건조하거나 발효된 상태로 보관성과 풍미를 높인 식품이다. 보존을 위해 염분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이며, 입안에서 수분 없이 짠맛이 바로 닿는다. 같은 염분이라도 혀에 직접 닿는 방식이 달라 체감하는 강도가 확연히 다르다.

절임 방식의 차이도 짠맛 차이의 원인

한국의 김치는 발효가 중심이다. 젓갈이나 소금이 들어가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산미가 생기고 발효로 인해 짠맛이 완화된다. 게다가 김치는 보통 밥과 함께 먹어 간이 조절된다. 반면 유럽의 절임 음식은 오일이나 식초, 소금 위주로 절이고, 발효보다는 저장성 유지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올리브절임, 피클, 앤초비 같은 음식은 밥이 아닌 단품으로 그대로 먹는 경우가 많다. 염도는 비슷할지 몰라도 짠맛이 입안에서 강하게 살아남는다.

나트륨 수치보다 ‘짠맛 인식’에 차이

실제로 유럽 음식이 한국 음식보다 무조건 염분이 높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된장찌개, 김치찌개, 라면처럼 국물까지 다 마시는 한국식 식단이 일일 나트륨 섭취량으로는 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느끼는 짠맛’이다. 음식 전체의 간이 어떻게 조절돼 있는지, 음식 구조상 간을 분산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가 큰 차이를 만든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natalia_maroz-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natalia_maroz-shutterstock.com

한국인은 ‘밥 중심’이라 간이 연해도 익숙

한국인의 식단은 밥 중심이다. 모든 맛은 밥에 어울리도록 설계돼 있어, 간이 강하면 밥으로 중화시킨다. 유럽 요리는 메인 재료에 간을 집중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밥 없이 바로 짠맛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한국인은 짠맛을 ‘은근하게’ 사용하는 데 익숙하다. 간장, 된장, 액젓처럼 다양한 장류가 간을 깊고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반면 유럽 요리는 소금 자체로 간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 입안에 도달하는 짠맛이 직접적이다.

짠맛에 대한 ‘기준점’ 자체가 달라

짠맛을 어느 수준부터 ‘짜다’고 인식하는 기준 자체도 문화적이다. 한국인은 같은 양의 염분이라도 간접적으로 느끼도록 훈련돼 있다. 어릴 때부터 밥, 반찬, 국을 나눠 먹는 방식이 입맛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빵과 치즈, 올리브 등 간이 강한 음식을 자주 접하는 식문화 덕분에 같은 음식을 먹어도 ‘그렇게 짜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결국 음식이 짜게 느껴지는 이유는 절대적인 염분량보다는, 우리가 어떤 음식 구조에 익숙한지에 달려 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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