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했는데 진짜 나타났다…최근 지리산서 포착된 0.1톤의 '거대' 멸종위기 동물
2025-06-13 12:24
add remove print link
인간 근처에 나타난 생태계 수호자?!
지리산 깊은 산속에서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이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그 동물은 바로 '반달가슴곰'이다.
지난 11일 노컷뉴스 등에 따르면 무게만 100kg~150kg에 달하는 이 야생 곰은 최근 등산객이 많은 대피소 근처까지 내려와 음식물 수거함을 뒤지며 사람들과 극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포착됐다.
이미 수차례 주의 경고가 있었던 반달가슴곰 출몰이 실제로 현실화되면서, 국립공원 관리당국과 탐방객들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지리산을 종주 중이던 김모 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후 야외 테이블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중 7~8미터 거리에서 커다란 야생 곰 한 마리가 음식물 수거함을 뒤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곰은 익숙한 듯 덮개를 손으로 열고, 머리를 집어넣어 잔반을 탐식했다. 등산객 10여 명이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곰은 사람을 경계하거나 놀라는 기색 없이 유유히 음식을 먹고 야산으로 사라졌다.
온몸은 윤기 있는 검은 털로 덮여 있고, 가슴팍에는 뚜렷한 흰색 V자 무늬가 있어 단번에 반달가슴곰임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등산객 김 씨는 "곰이 너무 자연스럽게 접근해 당황스러웠지만, 안내문을 여러 번 본 터라 오히려 조용히 기다렸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재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에는 약 90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서식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일부 개체는 GPS 추적기까지 착용하고 있으나, 자연 서식 개체 중에서도 일부는 이미 인간 활동에 익숙해져 대피소 주변까지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반달가슴곰의 짝짓기 시기인 5월 말부터 7월까지는 활동반경이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어나 출몰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반달가슴곰은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대형 포유류다. 과거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며 호랑이·표범과 함께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자 핵심종 역할을 했지만, 일제강점기 해수구제 정책과 이후 웅담 밀렵으로 인해 절멸 직전까지 내몰렸다. 지금은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등 고산지대에 소수만이 살아남아 있다.
이 곰은 잡식성이며 도토리, 산딸기, 나무 뿌리부터 곤충, 알, 작은 포유류까지 섭취한다. 특히 꿀을 좋아하며, 나무 위에서 열매를 따먹는 과정에서 ‘상사리’라 불리는 가지 둥지를 만들기도 한다. 사람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고, 나무도 잘 타는 반달가슴곰은 위협적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사람을 피하는 습성이 강하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사람을 점점 피하지 않는 개체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 냄새가 밴 음식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개체는 대피소, 민가, 탐방로 인근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야생동물의 행동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국립공원 내 생태계 균형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경고다.
국립공원공단은 짝짓기 철을 맞아 반달가슴곰 출몰이 늘 것으로 보고, 지리산 국립공원 일대에 600여 곳의 경고 깃발과 안내 표지판을 설치했다고 13일 밝혔다. 하반기부터는 대피소에서 호루라기와 곰퇴치 종 등을 판매하고, 주요 탐방로 입구에서는 소리를 낼 수 있는 물품을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리산 종주 능선 10곳에는 고정식 종도 설치된다.
반달가슴곰을 산에서 마주치지 않으려면 몇 가지 기본 수칙을 지켜야 한다. 지정된 탐방로만 이용하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등산하며, 곰이 먼저 피할 수 있도록 호루라기나 종 등 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를 휴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곰과 마주쳤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뒤로 물러나야 하며, 뛰거나 등을 보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반달가슴곰은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동물이 아니라, 숲을 살리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다. 이들이 먹은 열매의 씨앗은 배설을 통해 다양한 장소에 퍼지며 숲의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때문에 반달가슴곰을 지킨다는 것은 곧 산림 생태계 전체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