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너무 욕 같아서 웃기는 이 나물... 맛·효능 안다면 웃지 못해요

2025-06-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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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개쉽싸리... 약용으로도 쓰이는 한국 나물

쉽싸리 / '텃밭친구' 유튜브
쉽싸리 / '텃밭친구' 유튜브

어쩐지 입에 담기 어려운 이름 때문에 주목받는 나물이 있다. 바로 쉽싸리다. 재미진 이름 탓에 마치 농담처럼 흘려들을 수 있는 풀이지만 조상들이 수백 년간 산후조리와 허로 증상 완화에 활용해 온 귀중한 약용식물이다. 연못가나 습지에서 모여 자라는 쉽싸리는 지삼, 택란, 개조박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쉽싸리라는 이름은 연못을 뜻하는 한자 '소(沼)'와 뭉텅이를 의미하는 우리말 '사리'가 합쳐져 '소사리'로 불리다가 발음이 변해서 생겨났다. 물가 근처에서 뭉텅이처럼 무리를 지어 자라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식물의 재미있는 점은 동족 식물 중 '개쉽싸리'라는 종이 있다는 것이다. 언뜻 욕처럼 들릴 수 있는 이 이름은 엄연한 정식 식물명으로, 일반 쉽싸리보다 작고 볼품없다는 의미에서 '개'가 붙었다. 쉽싸리가 높이 1m까지 자라는 데 비해 개쉽싸리는 30cm 정도에 그친다.

쉽싸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러시아, 일본, 중국, 타이완 등 아시아 동부와 북아메리카 일대에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전국의 산속 습지나 연못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특히 물기가 많은 곳을 선호한다.

쉽싸리 / '텃밭친구' 유튜브
쉽싸리 / '텃밭친구' 유튜브

쉽싸리의 채취 시기는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전통적으로는 3월 3일 삼짇날에 새싹을 채취해 그늘에 말려 사용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4월이나 5월에 수확하기도 한다. 어린순은 식용으로, 성숙한 지상부는 약용으로 활용한다.

쉽싸리는 높이 80~120cm까지 자라며 네모진 줄기를 가진다. 땅속줄기는 굵은 흰색이다. 끝부분이 부풀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마주나며 넓은 피침형 또는 좁은 장타원형이다. 7, 8월에는 흰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모여 달린다.

쉽싸리 / 국립생물자원관
쉽싸리 / 국립생물자원관

쉽싸리는 출산 전후에 흔히 발생하는 여러 증상 완화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특히 산후 복통이나 반복된 출산으로 인한 기력 저하, 신체 냉증을 다스리는 데 탁월하다. 기운이 쇠하고 몸이 야위는 허로 증상에도 잘 맞으며,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

외상에도 효과가 있다. 다친 부위의 상처나 피부 염증, 종기로 인한 부종을 완화하며, 외부 충격으로 생긴 멍을 풀어주는 데 활용된다. 이러한 효능은 쉽싸리에 함유된 토르멘틱산, β-시토스테롤, 리나린 등의 성분 때문이다. 이들 성분은 항염작용과 조직 회복,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생리활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쉽싸리 / 국립생물자원관
쉽싸리 / 국립생물자원관

또한 택란으로 불리는 지상부에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혈액 순환장애 개선과 혈소판 및 적혈구 응집 방지에 도움을 준다. 자궁수축력 증강과 근육 장력 증가, 진통 및 진정 작용도 기대할 수 있다.

쉽싸리는 약간 따뜻한 성질을 가지며, 맛은 쓰고 달고 매우면서도 독이 없다. 조리법은 다른 건나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채취한 쉽싸리를 깨끗이 씻은 후 끓는 물에 15~20분간 삶는다. 이때 물은 쉽싸리가 충분히 잠길 정도로 넉넉히 붓고, 중불에서 뚜껑을 덮고 삶아야 한다.

쉽싸리 / 국립생물자원관
쉽싸리 / 국립생물자원관

삶은 쉽싸리는 찬물에 헹궈 쓴맛을 제거한 후 물기를 꼭 짠다. 팬에 들기름 1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함께 중불에서 볶는다. 국간장 2큰술로 간을 맞추고 대파를 넣어 마저 볶아낸다. 마지막에 들깨가루나 참깨를 뿌려 구수함을 더한다.

쉽싸리 특유의 은은한 향과 쓴맛이 조화를 이뤄 깊은 맛을 낸다. 처음 맛보는 사람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한 번 맛들이면 그 특별한 풍미에 매료된다고 한다. 산모나 몸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물에 5~10g 정도를 달여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

쉽싸리 / '텃밭친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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