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무려 4분의 1 급감... ‘이러다 일 터질라’ 우려 나오는 한국인 국민 채소
2025-06-1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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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물론 식품업계까지 긴장하는 한국 채소

올해 여름 배추 생산량이 평년의 4분의 3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배추 사태'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 대표 채소인 배추의 공급 부족은 단순히 한 품목의 문제를 넘어서 김치를 비롯한 한식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배추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채소다. 김치의 주재료일 뿐만 아니라 국, 찌개, 쌈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돼 가격 변동이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최근 발행한 '농업관측 6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여름 배추 생산량이 23만6000t(톤)으로 평년보다 24.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여름철 배추 공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됨을 시사하는 수치다.
다만 올해 생산량은 여름 배추 공급 사태를 겪은 지난해보다는 6.0%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여름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배추 생산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평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생산량 전망은 재배(의향) 면적과 단수(단위 생산량)를 반영해 내놓은 추정치로, 실제 기상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농경연은 올해 여름 배추 재배 면적 자체가 3418헥타르(1헥타르=1만㎡)로 지난해, 평년과 견줘 각각 8.8%, 23.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재배 면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연작 피해가 꼽힌다. 동일한 토지에서 같은 작물을 계속 재배할 경우 토양의 영양분 고갈과 병해충 증가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여기에 선출 발생으로 인한 휴경도 영향을 미쳤다. 배추가 꽃대를 일찍 올리는 현상인 선출은 배추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기온 상승에 의한 재배 어려움도 재배 면적 감소의 주요 요인이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채소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한 고온 현상이 지속하면서 재배 적지가 줄어들고 있다. 농경연은 "정식기(작물을 밭에 심는 시기) 배추 시세가 약세인 것도 재배 면적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추 생산량 감소는 필연적으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작년의 경우 고온의 날씨가 이례적으로 길었고 가뭄까지 겹쳐 여름 배추 생육이 부진했다. 이에 따라 생산이 줄어 소매 가격이 한때 전년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당시 소비자뿐 아니라 대상,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기업도 배추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포장김치 중 일부 제품의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김치 제조업체들은 원료 조달의 어려움과 원가 상승으로 인해 생산 조정을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작년 여름철 배추 물량을 늘리기 위해 비축분을 시장에 풀고 중국에서 배추를 수입했다. 동시에 소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통업체의 할인 행사도 지원했다. 하지만 이런 긴급 대응책도 가격 안정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름철 금배추 사태가 거의 매년 되풀이되자 벌써 배추 가격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배춧값이 크게 오르기 전에 사서 김치를 담그는 소비자도 있다.
현재까지 시중에선 주로 봄배추가 유통되고 있어 배춧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상순 배추(상품) 소매 가격은 포기당 3196원으로 1년 전보다 12.7% 내렸다.
올해 봄배추 생산량은 28만8000t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평년보다 각각 7.3%, 9.4% 증가한 양이다. 봄배추의 양호한 생산량이 현재 시장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추는 계절별 생산 시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작물이다. 봄배추는 주로 4~6월에, 여름배추는 7~9월에, 가을배추는 10~12월에, 겨울배추는 1~3월에 수확한다. 각 시기별 생산량이 해당 시기의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배추 수급 불안이 우려되자 대책을 미리 마련해 추진하는 한편 수급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선 배추를 역대 최대 규모인 2만3000t을 비축하기로 했다. 이는 봄배추와 여름 배추 수매 비축분, 농협 출하 조절 시설 저장분을 합친 양이다. 이 같은 대규모 비축은 수급 불안 시기에 시장 안정화를 위한 완충 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식품부는 비축한 배추를 수급 불안기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석 성수기에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추석 전후 김치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에 맞춰 적절한 물량을 공급해 가격 급등을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상 재해와 병해충 등 피해가 발생하면 배추를 신속하게 다시 심을 수 있도록 예비묘를 지난해보다 25% 많은 250만주 확보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재해 발생 시 신속한 복구를 통해 생산량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배추 가격 안정화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입 배추에 대한 관세 인하,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할인 판매 지원, 김치 제조업체에 대한 원료 공급 안정화 지원 등이 검토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안정적인 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재배 기술 개발과 생산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