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에 최대 18만원... 천연기념물 5200마리가 상자에서 꿈틀
2025-06-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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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발칵 뒤집은 소라게 밀반출 시도 사건

일본 아마미오섬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천연기념물인 소라게 5200마리를 밀반출하려다 적발됐다.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인 관광객 3명이 아마미오섬에서 허가 없이 포획한 살아있는 소라게 5200마리가 이들의 짐 가방에서 발견됐다. 플라스틱 상자 6개 안에 꿈틀거리며 기어다니던 소라게들의 총 무게는 160kg에 달했다.
이번 사건은 호텔 직원의 신고로 발각됐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호텔에 짐 가방 6개의 보관을 부탁했는데, 가방이 지나치게 무거웠고 안에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나자 호텔 직원이 의심을 품었다. 호텔 직원 다바타 케이이치로는 "만약 섬의 귀중한 생물이라면 큰일이라고 생각해 환경성에 연락해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라게는 십각목 참집게상과에 속하는 갑각류다. 이들은 주로 고둥의 패각을 직접 짊어지고 생활하는 갑각류로, 새우나 게와 동일한 십각목이지만 조개 등에 몸을 맞추기 위해 체형을 변형한다.
소라게의 몸은 두흉부와 복부로 나뉘며, 집게는 대부분 좌우 비대칭이다. 큰 가위발은 몸을 껍질에 집어넣어 입구를 막는 데 사용된다. 다른 갑각류와 달리 소라게 대부분의 종은 약하고 긴 나선형 복부가 있으며, 취약한 복부는 몸 전체를 숨길 수 있는 짊어지고 있는 껍데기로 보호한다.
흥미롭게도 대부분 소라 껍데기를 집으로 쓰지만 이매패류와 굴족류의 껍데기, 속이 빈 나무나 돌을 쓰기도 하고, 해안가의 쓰레기를 쓰기도 한다. 이들은 성장하면서 더 큰 껍질을 찾아 이사를 다니는 독특한 습성을 갖고 있다.
소라게는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생활하는 반수생 동물로, 주로 해안가 암석 틈이나 해변에서 서식한다. 이들은 잡식성으로 해조류, 작은 물고기, 갑각류의 사체, 과일 등을 먹으며 생태계에서 청소부 역할을 담당한다. 야행성 동물로 밤에 활동하며, 낮에는 껍질 속에 숨어 지낸다.
소라게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한 동물이다. 아가미로 호흡하기 때문에 적절한 습도 유지가 생존에 필수적이며, 수온이나 기온 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기도 한다. 번식기에는 바다로 나가 알을 낳는데, 유생 시기를 바다에서 보낸 후 육지로 올라와 성체가 된다.
사건이 발생한 아마미오섬은 제주도에서 동남쪽으로 6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일본 남부의 섬이다. 이 섬은 다양한 생태계와 독특한 고유종으로 4년 전인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아마미오섬은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사이에 위치한 아마미 제도의 주요 섬이다. 아열대 기후와 독특한 지형 조건으로 인해 고유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섬 전체 면적의 약 95%가 국유림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아마미노쿠로우사기(아마미 검은토끼)를 비롯해 수많은 고유종과 희귀종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소라게의 주요 서식지 중 한 곳으로, 섬 주변의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 해안가 암석지대가 소라게들에게 이상적인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아마미오섬의 소라게들은 다른 지역보다 크기가 크고 색깔이 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연구 가치가 높다.
조사 결과 중국인 관광객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소라게를 밀반출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라게는 중국 등지에서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아 한 마리당 비싸게는 18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이들이 포획한 5200마리를 모두 판매할 경우 최대 9억 원 상당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셈이다.
중국인들은 소라게를 판매할 목적으로 아마미오섬에 1주일간 머물면서 밤마다 해안가에서 소라게를 잡아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현지 생태계에 대한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포획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소라게가 스트레스로 인해 죽거나 다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라게는 사육이 까다로운 동물이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 바닷물과 민물, 다양한 크기의 껍질 등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동물로 혼자 키우면 스트레스를 받아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밀반출된 소라게 대부분이 운송 과정에서 죽거나 부적절한 사육 환경으로 인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마미오섬은 관광업이 주요 산업 중 하나다.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섬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무분별한 생물 포획이 계속될 경우 섬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환경 보호 단체들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밀반출 방지를 위한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항과 항구에서의 검색을 강화하고, 밀반출 시 처벌을 더욱 엄중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마미오섬을 비롯한 세계자연유산 지역의 생물 보호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를 늘리고, 공항과 항구에서의 검색 체계를 보완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견된 소라게들은 원래 서식지인 아마미오섬 해안가로 방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