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초긴장…이미 한국에 등장한 '새로운' 약국, 차이점은?
2025-06-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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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처럼 진열된 약국, 소비자의 새로운 선택지
한국 약국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16일 중앙일보는 일명 '창고형 약국'에 대해 소개했다.
11일 경기도 성남시에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열었다. 해당 약국은 약 130평 규모로, 일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등을 대형마트처럼 진열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약국은 창고형 진열과 개방형 매장 구조를 갖춘 국내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문의약품을 취급하지 않으며,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용 제품 등 약 2500개 품목이 진열돼 있다.
진열 방식은 해열제, 진통제, 소염제 등 51개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파스는 80여 종, 감기약은 50여 종, 밴드형 반창고는 100여 종에 달한다. 칫솔, 구강세정제, 염색약 등 일반 생활용품도 함께 판매 중이다.
모든 상품 아래에는 마트처럼 가격표가 부착되어 있으며, 일부 제품은 기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진통제나 상처 연고는 각각 1000원에서 2500원가량 낮은 가격에 책정됐다.
고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격을 비교하거나 제품 정보를 검색하며 제품을 골랐다. 약국 내부는 고객이 자유롭게 약을 고를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며, 약사는 매장을 돌며 필요 시 제품 설명이나 복용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약사법상 약사는 매장에서 약을 직접 판매하고 설명할 수 있으며, 이 약국도 이에 따른 운영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매장에는 약사 2명과 직원 5명이 근무 중이었다.
국내에서는 약사가 아닌 일반인이 약국을 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드러그스토어나 일본식 드럭스토어와 같은 모델이 도입되기 어려운 구조다. 과거 CJ 올리브영 등이 의약품 유통 사업을 추진했지만 약사 단체의 반발로 제한된 운영에 머물렀다.
중앙일보 보도에서 언급된 약국의 대표는 서울 종로에서 대형 약국을 운영한 경력이 있는 약사로 알려졌다.

약사 단체는 이번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도약사회는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한 약사는 “서울, 분당, 용인 인근 상권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후 유사 모델의 확산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의약품은 필요할 때만 구입해야 하는데 창고형 판매는 과잉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약국 유통 모델의 변화는 국제적으로 이미 보편화된 추세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형 체인 약국이나 드러그스토어가 일반화돼 있으며, 한국에서도 편의점에서 일반의약품 판매가 허용되는 등 유통 채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다이소가 전국 매장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며 유통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약국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약사법을 위반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민원 내용을 토대로 필요 시 현장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사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현행법상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약사의 고유 영역과 소비자의 선택권 사이의 균형, 약품 유통에 대한 새로운 기준 설정 등을 둘러싼 논의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약사 사회, 제약업계, 소비자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향후 관련 정책과 제도 변화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