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스쳐도 피부에 수포가 생기고, 옷을 입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마치 피부가 ‘나비의 날개’처럼 연약하다고 해서 ‘나비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정식 명칭은 ‘수포성 표피박리증(Epidermolysis Bullosa)’. 선천적인 유전질환으로, 피부의 층이 제대로 붙어 있지 않아 아주 약한 마찰에도 피부가 벗겨지고 물집이 생기는 병이다.
희귀하지만 치명적인 유전성 질환
수포성 표피박리증은 매우 드문 병으로, 신생아 2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 선천성 유전 질환이며,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피부와 점막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피부 층 사이가 잘 접착되지 않는다. 그 결과 손으로 가볍게 만지거나 옷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수포나 궤양이 생긴다.
피부뿐 아니라 입안, 식도, 기도, 항문, 눈 점막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일상생활은 물론 식사와 배변, 호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지속적인 상처로 인한 감염, 영양 결핍, 심지어 피부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증상의 유형과 심각도는 다양
이 질환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가장 흔한 ‘단순형’은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에만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비교적 경미한 편이다. 반면 ‘접합형’이나 ‘유영양형’은 진피까지 영향을 미쳐 증상이 심하고, 전신에 반복적으로 상처가 생기며 흉터나 손가락 융합 같은 변형도 일어난다. ‘혼합형’은 여러 유형의 증상이 섞여 나타나는 경우다.
유영양형은 특히 위험도가 높다. 출생 직후부터 심한 증상이 나타나며, 성장에 따라 손발이 점차 융합되거나 식도 협착, 만성 통증, 빈혈, 영양실조 등이 함께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청소년기 이전에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완치는 어렵지만, 관리로 삶의 질 높일 수 있어
현재까지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치료는 주로 증상을 완화하고 2차 감염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상처가 나지 않도록 마찰을 줄이고, 생긴 상처는 세심하게 소독하고 드레싱을 해야 한다. 감염이 심하면 항생제를 쓰고, 영양 보충을 위해 튜브를 통한 식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특히 아기나 어린이는 하루에도 수차례 드레싱을 해야 하며, 이 과정은 통증이 동반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 국내에서는 의료진뿐 아니라 간병인, 부모의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손발의 융합을 막기 위한 재활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치료, 줄기세포 치료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피부세포를 재배양해 이식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임상시험 단계이거나 고비용으로 인해 현실화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원 늘어나고 있어
수포성 표피박리증은 2010년부터 국내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등록되어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소득 기준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으며, 전국에 치료 재료 및 드레싱 물품을 지원하는 단체들도 존재한다.
또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는 이 질환에 필요한 의약품을 수입하거나 제조해 공급하고 있고, 환우회 및 자원봉사단체를 통해 정서적·물질적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