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길가에도 널려 있는데... 알고 보니 '노벨상' 안긴 나물이자 약초였다

2025-06-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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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달리 놀라운 약효 품고 있는 이 식물

개똥쑥 / 국립생물자원관
개똥쑥 / 국립생물자원관

개똥쑥이란 이름이 식물이 있다. 손으로 뜯어서 비비면 개똥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이 식물이 좀 놀랍다. 그저 악취 나는 잡초가 아니다. 말라리아 치료제의 원료로 세계를 놀라게 하기까지 했다. 한국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국화과 식물에 담긴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봤다.

개똥쑥은 국화과 쑥속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길가나 빈터, 논밭 주변 등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서 쉽게 자란다. 강한 냄새를 풍긴다. 줄기는 높이 1m 정도까지 자라며 녹색을 띠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의 맨 끝 갈래는 피침형이고, 표면에는 가루 같은 잔털과 샘점이 있다. 꽃은 8~9월에 피며, 녹황색 머리모양꽃이 원추형으로 배열된다. 이 꽃은 관모양꽃으로만 이뤄져 수술과 암술 모두 가임성을 가진다. 수과인 열매는 9월에 익는다. 한국에서는 경기, 충남, 제주 등지에서 자생한다. 유럽과 아시아에도 널리 분포한다. 다른 쑥속 식물과 비슷하지만 한해살이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개똥쑥 / 국립생물자원관
개똥쑥 /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에서 개똥쑥은 주로 봄부터 가을까지 자라지만 제철은 꽃이 피기 전인 늦여름에서 초가을, 즉 7~8월이다. 이 시기에 채취한 개똥쑥은 향이 가장 강하고 약효도 뛰어나다다.

맛은 어떨까? 개똥쑥은 쌉쌀하고 강렬한 향이 특징이다. 생으로 씹으면 쓴맛과 함께 코를 자극하는 톡 쏘는 풍미가 느껴진다. 이 때문에 나물이나 요리로 먹기보다는 주로 차로 우려내거나 약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잎을 데쳐서 무침으로 먹거나 국에 넣어 독특한 향을 즐기기도 한다. 조리 시 쓴맛을 줄이려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구는 게 좋다.

개똥쑥의 효능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가장 유명한 건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이다. 투유유(屠呦呦) 중국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는 2015년 개똥쑥에서 추출한 아르테미시닌으로 말라리아 퇴치에 기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는 1600년 전 고대 의학서에서 영감을 얻어 이 성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아르테미시닌은 1990년대 이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특히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개똥쑥 속 아르테미시닌은 항암효과도 뛰어나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2012년 '암저널'에 실은 논문을 통해 "개똥쑥의 암세포 사멸 능력은 기존 약품보다 1200배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똥쑥에서 뽑아낸 아르테미시닌이 암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데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다.

개똥쑥은 항산화와 항균 효과도 갖고 있다. 유해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고, 다양한 암세포의 증식 억제 활성을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개똥쑥 / 산청군
개똥쑥 / 산청군

한의학에서는 개똥쑥을 청호라고 부르며, 발열, 학질, 소화불량, 이질, 황달, 급성 간염 치료에 사용한다. 외용으로는 독충이나 뱀에 물린 상처, 피부병 치료에도 쓰였다. 임상시험에서는 구강 점막염, 신경성 피부염, 다한증, 체력 저하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다만 개똥쑥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한때 한국에서 항암 약초라는 소문이 돌며 무분별한 재배와 상품화가 이뤄졌지만, 이는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처리된 성분을 사용한 세포 실험 결과일 뿐이다. 생약 상태의 개똥쑥은 아르테미시닌 함량이 낮아 직접적인 항말라리아나 항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꾸준히 복용하면 건강에 이로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르테미시닌은 일부 국가에서는 개똥쑥 추출물 형태의 건강기능식품으로도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G마켓, 11번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해외직구 상품으로 아르테미시닌 캡슐을 구입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능성과 안전성 심사를 거쳐야 하며, 아르테미시닌이 정식으로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등록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아르테미시닌은 말라리아 치료 외에 면역 지원이나 항산화 효과를 기대하며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용량 섭취 시 신경 손상 가능성 같은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으니 복용 전 전문가 상담이 중요하다.

복용법도 신경 써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개똥쑥을 여름철 미열, 식욕부진, 기력 감퇴, 감기 치료에 다른 약재와 함께 전탕해 처방한다. 집에서는 차로 끓여 마시거나 티백에 넣어 우려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성질이 차가워 몸이 찬 사람이나 설사가 잦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비위가 약하거나 허증, 한증이 있는 경우 복용을 피하는 게 좋다. 한의사와 상담 후 복용하는 걸 추천한다. 고대 의학서에서는 개똥쑥을 물에 담근 뒤 즙을 짜내 먹으라고 했는데, 이는 아르테미시닌 추출을 쉽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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