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틸 수 있을까 의문 들 정도"...안세영도 두 손 든 한국 배드민턴 레전드
2025-06-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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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안세영의 혹독한 훈련 일지
세계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이 박주봉 신임 감독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은 뒤 남긴 말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5차례 국제대회 우승으로 세계 정상의 위치를 견고히 다져온 안세영조차 "굉장히 힘들다. 내가 이번 주를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힘들다"고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17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진행된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안세영은 현재 진행 중인 강화 훈련의 강도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훈련 과정에서 '아악!' 하는 신음소리를 연발하며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던 그는 "올림픽 전에도 이른바 지옥훈련을 했지만, 그때보다도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이자 배드민턴 레전드인 박주봉 감독이 지난 4월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국내 집중 훈련이다. 일본 대표팀을 20년간 지휘하며 세계 배드민턴계의 거물로 인정받아온 박 감독은 한국 선수들에게 자신만의 훈련 철학을 적용하고 있다.

박주봉 감독 주도의 강화 훈련은 새벽부터 오후까지 하루 최대 3회에 걸쳐 진행된다. 새벽 훈련, 오전 기술 훈련, 오후 근력 강화까지 쉴 틈 없는 일정이 선수들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단식 선수들은 1시간 30분 동안 별도 휴식 없이 코치진이 코트 양 끝에서 보내는 셔틀콕을 지속적으로 받아내야 하는 고강도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박 감독은 훈련 현장에서 직접 시범을 보이며 풋워크와 스텝 동작을 지도했고, 셔틀콕을 직접 날리며 세밀한 기술 지도에 나섰다. 그는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긴 하다"면서도 "처음 선수들과 상견례할 때 대표팀 합숙 훈련 전에 소속팀에서도 몸을 만들어서 오자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안세영 외에도 여자복식 이소희-백하나 조, 공희용-김혜정 조, 남자복식 서승재-김원호 조 등 주요 선수들 모두 "너무 힘들다"며 연신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반응은 박 감독의 훈련 강도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주봉 감독은 한국 배드민턴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안세영, 서승재-김원호 조 등 에이스 선수들과 다른 선수 간 기량 차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며 "에이스의 기량은 유지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실력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 부분이 고민거리"라고 토로했다.
안세영은 올해 이미 5차례 국제대회 우승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올해는 계속 이기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지 않는 선수가 확실히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올해 다섯 번 우승했는데, 솔직히 우승한 대회보다 우승을 놓친 1~2개 대회가 더 생각나는 것 같다"며 완벽주의적 성향을 드러냈다.
박주봉 감독에 대해서는 "(감독님은) 세계 정상 자리가 얼마나 지키기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라며 "평소 연습 때도 시합처럼 집중하는 걸 강조하시고 개인적으로도 조언을 많이 주신다"고 털어놨다.
이어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선수를 지도하신 만큼 많은 말씀을 해주실 것 같았는데 많이 안해주셨다. 제가 스스로 찾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고 있다"며 장난 섞인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박 감독은 "세영이가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한 뒤 웃으며 "부임한 지 얼마 안돼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당연히 세영이가 야마구치를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안세영은 최근 플레이 스타일 변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기존 수비형 선수에서 벗어나 공격력 강화에 나섰다. 그는 "수비형 선수를 추구했던 건 맞지만 수비로만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아 공격 연습도 많이 했다"며 "공격에서도 최고 수준을 선보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래야 계속 1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 역시 안세영의 공격력 향상을 위해 "슬로 스타터로서의 모습보다는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임하라는 주문과 순간적으로 점프해 스매싱·푸싱하는 공격, 팔꿈치부터 손목 스냅만 이용해서 빠르게 공격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다"고 구체적인 지도 방향을 제시했다.
박주봉 감독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감회도 털어놓았다. 20년간 일본에서 생활하며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그는 "선수촌에 처음 와서 커다란 태극기를 보는데 정말 감격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박 감독은 "앞으로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가 있는데,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만큼 유망한 선수들을 (실력적으로) 끌어올려 좋은 팀 만들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임기가 끝나는 내년 말까지, 올해 8월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현재 진행 중인 6월 입촌 훈련은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며, 다음 달 일본오픈과 중국오픈 대비 마지막 점검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박주봉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