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발견한 거지?…고등학생이 대낮 갈대숲서 포착한 멸종위기 ‘이 동물’
2025-06-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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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에는 수컷 1마리를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조류 ‘검은머리촉새’가 울산의 갈대숲에서 한 고등학생에 의해 포착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제일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현 군은 지난 4월 19일 울주군 남창들 하천 인근 갈대숲에서 여름철새를 탐조하던 중 우연히 검은머리촉새를 발견했다. 이후 5월 11일에는 수컷 1마리를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하며, 귀한 기록을 남겼다.
검은머리촉새(Emberiza aureola)는 되샛과에 속하는 조류로, 원래는 사할린과 쿠릴열도, 중국 북동부 등지에서 번식하고, 인도 북동부와 중국 남부 등에서 겨울을 나는 나그네새다. 국내에서는 주로 5월과 10월 봄·가을 철새로 이동 중 경유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극히 드물게 관찰된다.
이 조류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새 중 하나였다. 당시 개체 수는 수억 마리에 달했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들며 멸종위기에 처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7년 이 종의 멸종위험 등급을 가장 높은 수준인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으로 격상시켰다.

이처럼 개체 수가 급감한 배경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대규모 포획이 결정적이었다. 중국 남부를 중심으로 ‘황금 배색’을 가진 이 새가 재물을 부르고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고급 요리나 민간요법용으로 무분별하게 사냥당한 것이다. 특히 광둥 지역에서는 고급 요리의 재료로, 캄보디아 등지에서는 방생용으로 거래되며 생태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울산 철새동호회 ‘짹짹휴게소’의 홍승민 대표는 “검은머리촉새는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급감해 멸종 단계에 접어든 새로, 국내에서도 관찰 기록이 매우 귀하다”며 “울산에 이런 귀한 새가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으며, 지속적인 관찰과 생육지 보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시 관계자 역시 “이번 발견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멸종위기종의 서식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례”라며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과 협력해 해당 지역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은머리촉새는 주로 초지나 갈대밭, 관목림 등에서 생활하며, 여름철에는 땅 위나 낮은 풀숲에 둥지를 틀고 4~5개의 알을 낳는다. 수컷은 여름 깃 시기에 머리와 이마가 검고 몸통은 진한 밤색을 띠어 비교적 식별이 쉽다.
앞서 2024년에는 인천 백령도에서 460여 마리의 검은머리촉새가 한꺼번에 관찰돼 학계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이동 경로의 중요한 거점으로 작용하는 만큼, 국내 생육환경의 질적인 유지와 국제적 보호 연계 역시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울산에서의 발견은 한 고등학생의 열정과 관찰력이 만들어낸 소중한 생태 기록이자, 멸종위기종 보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