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줄 알았는데…국내서 무려 새끼 30마리 풀리는 '이 동물' 정체

2025-08-0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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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마리 중 대부분이 지난해 태어난 1년생 새끼들
충북 소백산 일원에 순차적으로 풀어놓을 계획

한때는 한반도 전역을 누비던 포식자.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잊힌 존재가 있다. ‘멸종된 줄 알았던’ 이 동물의 정체는 바로 붉은여우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올해도 붉은여우 복원을 위한 방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붉은여우는 무려 30마리다. 대부분이 지난해 태어난 1년생 새끼들로, 국립공원공단은 이들을 충북 소백산 일원에 순차적으로 풀어놓는다.

◆ 1970년대까지만 해도 '평범한 야생동물'이었다

붉은여우는 과거 농촌과 산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토종 포식자였다. 그러나 1970년대 정부 주도의 ‘쥐잡기 운동’으로 주요 먹이원이 줄었고, 쥐약에 중독된 먹이를 섭취하면서 2차 중독사가 급증했다. 이후 불법 엽구, 도로 로드킬 등 인간 활동이 겹치면서 붉은여우는 사실상 야생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식구가 된 붉은여우 남매. 기사와 무관 / 연합뉴스, 서울시설공단 제공
서울어린이대공원 식구가 된 붉은여우 남매. 기사와 무관 / 연합뉴스, 서울시설공단 제공

이후 2004년, 강원도 양구군에서 죽은 붉은여우 한 마리가 발견되며 마지막 생존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복원 연구에 착수했고, 2012년부터 본격적인 방사 사업이 시작됐다.

◆ 출산 성공률 ‘폭발’… 연 2.5마리 → 연 30마리

초기엔 번식도 쉽지 않았다. 2013~2018년 평균 출생률은 고작 2.5마리. 그러나 연구진은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전환점을 맞았다. 붉은여우가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독립공간을 조성하고, 암수 간 '호감도'를 파악해 짝짓기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2019년 이후부터는 연평균 30마리 이상의 새끼가 태어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이를 두고 “증식기술이 안정화됐다”고 평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붉은여우를 방사하는 모습 / 연합뉴스, 국립공원공단 제공
붉은여우를 방사하는 모습 / 연합뉴스, 국립공원공단 제공

◆ 자연 방사, ‘출입문 개방’ 방식으로 진행

이번에 방사되는 30마리 중 90%는 작년 태어난 어린 개체다. 공단은 야생 적응을 돕기 위해 갑작스러운 방사 대신, 복원시설의 출입문을 천천히 개방해 여우들이 스스로 외부 환경으로 나가도록 유도한다. 이 방식은 여우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주변 환경에 보다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 모든 개체가 시설 밖으로 완전히 이동하는 데는 약 10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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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보다 더 큰 과제는 ‘정착’

복원은 시작일 뿐, 정착이 관건이다. 붉은여우의 야생 최대 수명은 약 9년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짧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방사된 여우 중 약 28%가 로드킬, 농약, 불법 엽구 등으로 폐사했다. 특히 방사 직후 몇 달간은 생존율이 극도로 낮아 안정적인 개체군 형성이 어렵다.

여우는 생태계에서 중간 포식자로 설치류, 조류, 양서류 등 다양한 소형 동물을 먹으며 생태 균형 유지에 기여한다. 따라서 이들의 성공적 복원은 단순한 ‘보호종 회복’이 아닌 산림 생태계 복원의 핵심 열쇠가 된다.

붉은여우 / 연합뉴스, 국립공원공단 제공
붉은여우 / 연합뉴스, 국립공원공단 제공

◆ 목표는 ‘3세대 번식’과 100마리 자생 개체군

국립공원공단은 오는 2027년까지 소백산 일원에 자생 붉은여우 100마리, 그리고 3세대 이상 번식이 확인된 개체군 5개 이상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붉은여우가 자연에 잘 정착하려면 로드킬, 불법 엽구, 농약 등 위협요인 개선이 시급하다”며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 붉은여우와 마주쳤을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행동 수칙

붉은여우는 몸 전체가 붉고 꼬리가 길며, 꼬리 끝에 하얀 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개와는 달리 다리 아랫부분과 귀 뒷면의 털이 검은색이라는 점에서 구분이 가능하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여우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만약 공격 징후가 보인다면 동작을 크게 해 위협하고, 주변의 막대기나 돌멩이 등으로 방어하는 것이 좋다.

여우를 마주쳤을 때는 소리를 지르거나 먹이를 주는 등 과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여우가 자주 출몰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반려동물과의 동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우와 반려동물이 대치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즉시 반려동물을 데리고 자리를 떠나야 한다. 야생동물과의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기본 수칙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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