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마리가 갑자기... 13년 경력의 선장도 "이런 적은 처음" 놀랐다
2025-06-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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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현상 가능성

수천 마리의 잠자리떼가 낚싯배를 덮치는 일이 제주에서 잇따르고 있다. 19일 JIBS와 SBS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제주 해상에서 수천 마리의 잠자리 떼가 낚싯배를 덮치는 일이 벌어졌다.
매체들에 따르면 새벽 자정을 넘은 시각 제주 수월봉 인근에서 바람이 잠잠해지더니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수천 마리의 잠자리 떼가 낚싯배 나폴리호를 덮쳤다. 잠자리떼의 공습은 낚싯배 전체를 집어삼켰다. 낚싯대에 수십 마리가 자리를 잡을 정도였다. 잠자리 떼의 공습은 무려 세 시간 넘게 진행됐다.
13년 경력의 낚싯배 선장인 엄성진 씨는 "자정 너머 갑자기 잠자리 떼가 몰려들었다"라며 "잠자리나 나방 떼는 8월에서 9월 사이에 간혹 보이는데 6월에 나타나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자리가 몸에 붙어 따끔거렸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라며 "일부가 놀라 선실로 피하긴 했지만 손님들은 태연하게 낚시를 했다"고 전했다.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에 출몰한 잠자리는 아열대성 된장잠자리로 추정된다.
된장잠자리는 잠자리목 잠자리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몸길이는 37~42mm이며 머리가 크다. 가슴은 회색을 띤 황색이며, 배는 선명한 등황색으로 전체적으로 된장과 비슷한 색을 띠고 있어 된장잠자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크기에 비해 몸이 가벼우며 뒷날개가 매우 커서 장거리 비행에 유리하다.
된장잠자리는 세계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으로 유명하다.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부터 남반구 전체에 걸쳐 서식한다. 유전자풀이 거의 비슷하다. 드넓은 범위에 서식하는 된장잠자리들이 인도양이나 태평양을 건너 번식한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이들이 제트기류 등을 타고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엔 동남아에서 태풍을 타고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게 0.3g 몸길이 5cm의 작은 동물이지만 해마다 2000km가 넘는 인도양을 2번씩 건너는 된장잠자리는 장거리 이동에 최적화한 몸을 갖췄다. 날개 표면이 주름져 뜨는 힘을 늘리고 날개를 번갈아 치면서 비행 피로를 줄이며 에너지가 적게 드는 활공에 적합하도록 뒷날개가 넓고 가슴근육이 매우 발달해 있다.
된장잠자리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날아온 뒤 우리나라를 지나 일본 규슈 지역까지 이동한다. 모기나 파리 등을 잡아먹어 익충으로 분류된다. 성충은 4월부터 10월까지 볼 수 있다. 산이나 들은 물론 도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4월 하순쯤 발견되는 개체들은 적도와 열대지방에서 해양을 건너 날아온 개체들이다. 이때 산란한 알들은 1주일 내에 부화하고 30~35일 정도의 짧은 유충기를 거쳐 우화해 78월에 많은 개체가 발견된다. 유충의 몸길이는 23~25mm이며, 연못, 습지 등에 서식한다. 추위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알과 유충은 국내에서 겨울을 나지 못한다.

제주에서는 지난해 9월에도 수천 마리의 된장잠자리 떼가 낚싯배를 덮치는 일이 있었다. 당시는 김녕항 인근에서 확인됐고, 이번에는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수월봉 인근에서 관찰됐다. 하지만 이번처럼 초여름에 관측되는 건 이례적이다.
된장잠자리는 장마전선을 따라 이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제주에서 장마전선이 평년보다 빠르게 형성되면서 이른 시기에 관찰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된장잠자리의 대발생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공주대학교 생명과학과 도윤호 교수는 방송 인터뷰에서 "서식할 수 있는 온도 자체가 과거보다 점점 높아지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고온에서 성장하는 개체들은 대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제주에서 매년 잇따르는 곤충 대발생 사례는 점차 뜨거워져 가는 지구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