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여기에…폐그물 속에서 발견된 135kg '멸종위기 동물' 정체

2025-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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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어망의 위험, 멸종위기 바다거북의 생존 사투
희망의 손길, 비양도 주민들의 거북 구조 작전

제주도 비양도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이 폐어망에 갇힌 채 발견돼 주민들의 구조 작업으로 무사히 바다로 돌아갔다.

18일 제주에서 구조된 붉은바다거북 / 유튜브 '제리뉴스'
18일 제주에서 구조된 붉은바다거북 / 유튜브 '제리뉴스'

19일 제주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7시쯤, 비양도 비양리마을회 차은경 사무장은 주민들과 함께 섬 동편 해안에서 환경정화 활동 중 거대한 초록색 어망 속에 몸이 얽힌 대형 거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거북은 그물에 완전히 엉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으며, 눈만 깜빡이며 생존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차 사무장과 주민들은 신속하게 어망을 절단해 바다거북을 구조했고, 무사히 바다로 돌려보냈다.

차 사무장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전에 상괭이가 죽은 채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살아있는 거북이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거북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힘을 모았다"고 구조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에 구조된 거북은 붉은바다거북으로 확인됐다. 이 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으며, 국제거래가 전면 금지된 CITES 부속서 Ⅰ 등재종이다. 국내에서도 2012년부터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포획이나 유통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 2022년 한국 바다에서 구조된 붉은바다거북 자료 사진 / 뉴스1
지난 2022년 한국 바다에서 구조된 붉은바다거북 자료 사진 / 뉴스1

붉은바다거북은 최대 213cm까지 자라며 무게는 135kg에 달하는 대형 바다거북이다. 적갈색 등껍질과 황갈색 배껍질, 황색 목이 특징이며, 크고 둥근 머리 때문에 영어명이 'loggerhead'로 불린다. 수명은 47~67년으로 길지만 성숙까지 17~33년이 걸리고 번식률이 매우 낮아 개체수 증가가 어려운 종이다.

먹이는 복족류, 쌍각류, 십각류 같은 무척추동물을 주로 섭취하는 잡식성이다. 해파리, 오징어, 어류 알, 해조류 등도 먹으며, 대양 이동 중에는 부유생물을 포식한다.

전 세계 온대와 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하는 붉은바다거북은 한국에서는 제주도 연안과 동중국해, 동해에서 서식이 확인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최근 30년간 매년 약 20km씩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유튜브, 제리뉴스

제주는 국내 바다거북 5종이 모두 서식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제주 해역에서 총 158마리의 바다거북이 좌초·혼획·방류됐으며, 이 중 붉은바다거북은 23마리로 14.6%를 차지해 두 번째로 많이 발견된 종이다. 이들은 주로 서귀포시 해안에서 관찰됐다.

문제는 발견되는 바다거북의 20% 이상이 폐어구에 감겨 있다는 점이다. 해양쓰레기, 특히 버려진 어망은 바다거북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서식지 감소, 환경오염, 기후변화와 함께 폐어구 문제는 붉은바다거북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붉은바다거북의 번식 기록은 1999년 10월 제주도 모슬포 해변 등 일부 해변에서 산란 및 부화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나, 최근에는 번식 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아 보존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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