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돌아오더니…개봉 첫날 5만명 몰리며 1위 찍은 19금 영화
2025-06-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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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한 공포·청불 영화 부문에서 최고 오프닝 성적 경신
좀비 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28일 후' 시리즈가 23년의 공백을 깨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19일 개봉한 '28년 후'가 19금 등급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0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8년 후'는 개봉일인 19일 하루 동안 5만 6675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이는 전날까지 1위를 유지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엘리오'를 단숨에 밀어내고 달성한 성과다. 누적 관객 수는 5만 7021명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개봉한 공포 장르와 청불 영화 부문에서 모두 최고 오프닝 성적을 동시에 갈아치워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앞두고 실시간 예매율에서도 전체 1위를 고수하고 있어,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예매 관객 수는 이미 5만 3000명을 돌파한 상태다.

'28년 후'는 2002년 첫 선을 보인 '28일 후'의 후속작이다. 원작 '28일 후'는 달리는 좀비라는 혁신적 설정을 처음 도입해 할리우드 좀비 장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3년 만에 돌아온 이번 속편은 바이러스 창궐 28년 후의 세계를 무대로, 격리된 섬 '홀리 아일랜드'에서 자란 소년 스파이크가 처음으로 감염된 본토로 향하면서 진화한 좀비들과 맞닥뜨리는 극한의 공포를 그린다.
특히 원작을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과 각본을 담당한 알렉스 가랜드가 재결합해 팬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보일 감독은 최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첫 편에 대한 팬들의 식지 않는 애정이었다"며 "가랜드와 한 번 더 이 프로젝트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누게 됐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28년이라는 시간의 흐름만큼 영화 속 감염자들도 크게 진화했다. 보일 감독은 "1편에서의 감염자들은 폭력적이고 굉장히 빨랐다. '28년 후'의 감염자는 몇 가지 다른 유형으로 진화했다"며 "네 가지 정도 종류가 있다"고 귀띔했다.

해외 평단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개봉 직후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5%를 기록하며 오리지널 '28일 후'의 87%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외신들은 "'28 시리즈' 사상 최고의 영화", "숨 막히는 긴장감과 과감한 도전",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밀도 높은 공포 영화" 등 찬사를 쏟아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레전드 시리즈가 부활했고, 더 진화했다"고 평가했으며, 블룸버그 뉴스는 "가장 낯설면서도 짜릿한 블록버스터 중 하나. 기괴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는 기이하고 독특한 예술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국내 매체들도 호평 대열에 동참했다. "숨 쉬는 것을 잊을 정도의 긴장감", "좀비 장르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고통은 생생하게, 심리는 극단적으로, 장르적 쾌감은 배가시켰다" 등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국내 일반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20일 오전 기준 네이버 영화 평점 5.9점, CGV 골든에그지수 70%를 기록하며 평단의 호평과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일부 관객들은 예상했던 액션 중심의 짜릿함과는 다른 전개에 아쉬움을 토로했으며, 과도한 잔혹성과 혐오스러운 장면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대니 보일 감독은 현대 사회의 팬데믹과 브렉시트 같은 현실을 작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영화가 스릴 넘치고 무시무시한 영화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인간성이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성을 지속시키는지 고민해보게 될 것"이라고 작품의 깊이를 강조했다.
'28년 후'는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이미 2부까지 촬영을 완료한 상태다. 내년 공개 예정인 2부 마지막에는 원작 주인공 짐 역의 킬리언 머피가 등장할 예정이다. 머피는 이번 3부작의 총괄 프로듀서로도 참여해 시리즈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는다.
23년 만에 귀환해 개봉 첫날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은 '28년 후'가 좀비 장르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