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고기 먹을 때 항상 싸 먹는 '국민 채소'인데... 이를 어쩌나

2025-06-2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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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불안감은 금물... 철저한 세척이 중요

대형마트 채소 코너에 진열돼 있는 여러 채소들. / 뉴스1 자료사진
대형마트 채소 코너에 진열돼 있는 여러 채소들. / 뉴스1 자료사진

잎채소와 대장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불안한 소문이 퍼지며 상추를 쌈채소로 이용하는 한국인의 식탁에 작은 파문이 일고 있다. 상추 등 잎채소에서 발견된 특정 대장균이 젊은 층 대장암 증가와 연관 있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상추를 안전하게 즐기고 싶다면 철저한 세척만으로도 충분히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20일(현지시각) 변종 대장균인 STEC(Shiga Toxin-producing Escherichia coli, 시가 톡신 생성 대장균)의 감염률이 지난 7년 동안 약 10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상추를 비롯한 잎채소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 균은 일반 대장균과 달리 시가 독소를 분비해 대장과 신장 같은 주요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STEC은 '콜리박틴'이라는 독소를 생성한다. 이 독소는 DNA를 손상해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 후 3, 4일이 지나면 급성 설사, 경련성 복통,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최대 10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의 폴 헌터 교수 연구팀은 상추 섭취와 관련된 STEC 발병 사례 35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8건은 채소 가공 과정에서 소독 등 위생 관리가 미흡했던 점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6건은 채소 재배지 근처의 가축 배설물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

대형마트 채소 코너에 진열돼 있는 여러 채소들. / 뉴스1 자료사진
대형마트 채소 코너에 진열돼 있는 여러 채소들. / 뉴스1 자료사진

헌터 교수는 영국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잎채소는 표면이 거칠고 윤이 나서 대장균을 씻어내기가 어렵다. 가장 큰 위험은 잎 표면에 붙은 대장균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오이, 토마토, 고추 등은 땅과 직접 닿지 않아 오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상추는 그렇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실제로 로메인 상추가 포함된 샌드위치로 인해 280여 명이 STEC에 감염된 사례도 보고됐다.

다만 한국 소비자들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영국 상추는 대부분 로메인 상추다. 한국에서 주로 소비하는 축면상추나 치마상추와는 품종, 재배 방식, 유통 과정이 다르다.

게다가 대장암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55세 이하 대장암 환자의 암세포에서 콜리박틴 독소에 노출된 흔적이 자주 발견됐다. 특히 젊은 환자들에서 이 독소로 인한 DNA 손상이 70세 이상 환자보다 3~5배 더 빈번했다.

하지만 연구는 콜리박틴 노출이 주로 유년기 환경, 예를 들어 출산 방식, 모유 수유 여부, 항생제 사용, 초가공식품 섭취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상추 섭취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연구인 ‘의학미생물학저널’ 논문에서도 STEC 감염 경로로 샐러드류 외에 유치원 등에서의 접촉 감염이 포함됐으며, 특정 채소만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한국 전문가들도 이 점을 강조한다. 상추가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것이다. 대장암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 생활습관, 식이섬유 부족,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오히려 상추 같은 채소는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이에 따라 상추 섭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올바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추를 안전하게 먹으려면 철저하게 세척해야 한다. 흐르는 물에 최소 3회 이상 꼼꼼히 씻어야 한다. 잎 표면의 거친 질감 때문에 세균이 쉽게 붙을 수 있는 만큼 한 장씩 떼어내 손으로 문지르며 세척하는 것이 좋다. 식초를 약간 첨가한 물에 1~2분 담갔다가 헹구면 세균 제거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육류, 수산물과의 교차 오염을 막으려면 별도의 도마와 칼을 사용해 채소를 손질해야 한다.

채소를 실온에 오래 방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구입 후 즉시 냉장 보관하거나 빠르게 섭취해야 한다. 특히 샐러드나 썬 채소류가 실온에 노출될 경우 식중독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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