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면 벌금 5천만원?…천연기념물인데 멸종위기까지 처한 의외의 '생명체'
2025-06-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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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8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곤충
국내 최초로 자연에 방사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곤충이 있다.
바로 '비단벌레'에 대한 이야기다. 이 곤충은 최근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인공 증식에 성공하면서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첫 사례가 됐다.
비단벌레는 초록색과 금색, 붉은색이 섞인 금속성 광택으로 유명한 딱정벌레류다. 몸길이는 30~40mm 정도이며, 강한 광택과 특유의 줄무늬로 인해 예로부터 귀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신라 왕족의 장신구나 안장 장식에 사용됐고, 황남대총과 금관총 등 고분에서도 이 벌레의 딱지날개를 이용한 유물이 출토된 바 있다.
하지만 도시화와 삼림 파괴로 인해 서식지가 급감했고, 개체 수도 빠르게 줄었다. 한국에서는 현재 전남과 전북, 경남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확인되고 있다. 2008년에는 천연기념물 제496호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상향 지정됐다. 현행법에 따라 사전 허가 없이 포획하거나 훼손할 경우 5년 이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사회적기업 '숲속의 작은 친구들'과 민간 기업 효성이 함께 비단벌레 복원 사업에 나섰다. 효성은 지난해 비단벌레 인공 증식을 위한 설비를 지원하고, 올해 4월 국립생태원 및 숲속의 작은 친구들과 복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19일~20일 경남 밀양 표충사 인근에서 인공 증식된 성충 6마리를 자연에 방사했다.
이번 방사는 단순한 생태학적 의미를 넘어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야생에서 포획한 비단벌레 애벌레가 인공상태에서 성충으로 자란 사례는 있었지만, 인공 환경에서 부화부터 성충까지 완전한 생애주기를 마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비단벌레의 증식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상 암컷 한 마리가 10~15개의 알을 낳으며, 인공 증식을 통해 우화 기간도 2개월가량 단축됐다. 이번에 방사된 개체는 지난해 밀양에서 확보한 애벌레들이 올해 산란한 알에서 자라난 개체들 중 일부다. 향후 400~500마리 이상 증식될 것으로 예상되며, 울산 지역 서식지 조성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비단벌레는 성충이 산란 후 생을 마감하는 생태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문화재 복원에 사용되는 날개 역시 자연사한 개체의 사체를 활용해야 하며, 인위적 포획은 금지된다. 향후 국가유산청은 개체별 생애주기 관리 지침, 인공 증식을 위한 최적 환경 조건 등을 매뉴얼로 정리해 전국적인 복원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비단벌레는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존재다. 그동안 멸종위기종 보호는 주로 포유류나 조류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곤충을 포함한 더 넓은 생물권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패러다임이 단순한 탄소중립을 넘어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비단벌레 복원은 곤충 보전의 상징적 사례가 되고 있다.
서식지 보호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비단벌레는 벚나무, 팽나무, 가시나무 등의 물관부를 먹고 자라는 유충기 동안 특정 환경에 의존한다. 성충은 주로 7월경에 출현하며, 밤에는 불빛에 유인되기도 한다.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표충사 측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인근에 산림공원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울주군 상북면 등지로의 방사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