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cm 괴물급 물고기... 평생 1마리도 보기 힘들다는데 벌써 5마리째
2025-06-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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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3마리 그다음에 1마리씩 모두 5마리를 잡았다"
대한해협 한복판에서 벌어진 장대한 사투. 건장한 성인 남성 세 명이 하나의 낚싯대를 붙잡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마치 바닷속 거대한 괴물과의 격전을 연상하게 했다. 23일 오전 부산 인근 해상에서 성인 키에 버금가는 1.7m 길이의 초대형 돗돔이 포획됐다는 소식이 KNN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 신비로운 심해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낚싯대를 붙들고 엎치락뒤치락하기를 10여 분 거대한 물고기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보인다! 보인다! 크다! 와 대박이다!” 낚시꾼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낚싯꾼들이 잡은 물고기는 평생 한 번 보기 어렵다는 심해어 돗돔이었다.
돗돔은 반딧불게르치목 돗돔과에 속하는 바다 어류다. 이름에 돔이 붙어있지만 도미가 아니다. 오히려 농어에 보다 가까운 어종이다. 이 신비로운 물고기는 수심 400~500m 사이의 암초 지대에서 서식하는 전형적인 심해어다. 다 자라면 최대 2m까지 성장하는 대형어다.
돗돔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수압 적응력이다. 주로 오징어의 사체나 같은 심해어류를 먹이로 삼으며, 어린 치어일 때는 얕은 바닷가에서 살다가 성체가 되면 깊은 바다로 이주한다. 하지만 산란기인 5월부터 7월까지는 수심 60m 정도까지 올라와 번식 활동을 한다. 이때가 사람들이 돗돔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돗돔은 워낙 보기도 잡기도 어려운 어종이라 전설의 심해어로 불린다. 그런데 최근 부산 인근에서만 여러 마리가 잡혀 화제가 되고 있다. 김광효 선장은 KNN에 “10년 동안 돗돔을 쫓아다녔지만 올해처럼 많이 잡기는 처음”이라며 “한 번에 3마리 그다음에 1마리씩 모두 5마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돗돔 낚시는 그 자체로 일종의 모험이다. 기본적으로 심해어이기 때문에 다른 어종을 잡다가 그물에 같이 걸려 올라오는 경우 말고는 거의 구경하기 힘들다. 비교적 얕은 곳까지 올라오는 산란기에 가끔 낚시로 잡힌다. 살아있는 붕장어 한 마리를 통째로 미끼로 쓰기도 할 정도로 거대한 녀석이 돗돔이다.
돗돔의 크기와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거도에서 돗돔을 낚시로 낚아 올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낚싯대가 90도를 넘어 꺾이더니 아예 부러져버린다. 방어나 부시리 등을 낚는 스포츠 낚시용 낚싯대라야 겨우 돗돔을 낚을 수 있다.
돗돔은 귀할뿐더러 맛있는 횟감이다. 유제품으로 풍미를 증진한 것 같은 고급스러운 지방질의 느낌과 세포 하나하나가 느껴지는 듯한 식감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돗돔의 간은 고소하고 녹진한 맛을 동시에 갖고 있어 생선 간 중에서도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비타민A가 치사량 급으로 농축돼 1인당 작은 조각 2점이 최대 섭취량이라고 한다. 그 이상 먹으면 비타민A 과다복용 증상인 구토,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피부가 벗겨지고 털이 빠지며 혈압이 급상승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가격도 비싸다. 크기와 상태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이상에 거래된다.
KNN에 따르면 돗돔의 잦은 출현을 두고 SNS에서 7월 일본 난카이 지진설의 전조 아니냐는 말이 퍼지고 있다. 최근 사흘 동안 일본 해역에서 300회 가까이 지진이 발생한 점도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김영석 부경대 환경지질학과 교수는 다음 달 지진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난카이 지진은 100~150년 정도 주기로 발생했는데 지금은 70~80년밖에 안 지났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박정호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심해어와 지진의 연관성은 속설에 의한 것이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출현이 늘었다고 해서 지진의 영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월엔 제주 해상에서도 몸길이 183cm, 무게 140kg에 달하는 대형 돗돔이 잡혀 화제가 됐다. 웬만한 일반 성인보다도 더 큰 이 거대한 돗돔은 제주의 한 낚시어선이 참돔 조업을 하던 중 우연히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수산자원연구소는 2009년부터 돗돔의 양식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어민들에게 잡힌 돗돔 치어들을 수조에서 기르며 완전양식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는 치어를 잡아다가 성어까지 길러내는 단계다. 성어까지 기르는 데 성공하면 완전양식을 시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