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연속 출몰…경남 산천 논바닥에 바글바글한 '이 동물' 정체

2025-06-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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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생물

논에 서식하는 긴꼬리투구새우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논에 서식하는 긴꼬리투구새우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긴꼬리투구새우가 경남 산청군에서 무려 22년째 모습을 드러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청정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생물이다.

산청군에 따르면 최근 산청읍 유기농 탑라이스 재배 단지에서 긴꼬리투구새우가 발견됐다. 2004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22년 연속으로 긴꼬리투구새우가 출현했다.

긴꼬리투구새우가 발견된 산청 소재 유기농 탑라이스 재배 단지는 국내 최고 품질의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유기농 친환경 농법 도입 결과 농약과 비료 사용량을 크게 줄인 것은 물론 고품질 쌀 생산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청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긴꼬리투구새우 덕분에 잡초와 해충 방지는 물론 유기농 쌀 품질 유지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포식성이 매우 강하고 다리를 이용해 흙을 휘젓고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이런 습성 때문에 흙탕물로 햇빛을 차단해 잡초를 제거하고 해충 유충을 먹이로 삼아 해충 발생을 억제하는 등 유기농법의 일등 공신을 하는 대표적인 생물로 꼽힌다.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 등으로 산청 지역에서 196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지만 2004년 다시 발견됐다.

경남 산청군에서 22년 연속 발견된 긴꼬리투구새우 모습 / 경남 산청군 제공
경남 산청군에서 22년 연속 발견된 긴꼬리투구새우 모습 / 경남 산청군 제공

긴꼬리투구새우는 한국에 서식하는 투구새우과에 속하는 갑각류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독특한 생물이다. 특유의 긴 꼬리가 특징이다.

긴꼬리투구새우의 몸길이는 꼬리를 제외하고 약 2.5~3cm이며 전체 길이는 3~5cm에 달한다. 몸은 36~37개의 마디로 이루어져 있고 등쪽에는 몸의 2/3를 덮는 투구 모양의 넓고 편평한 갑각이 있다. 갑각 중앙에는 겹눈 한 쌍이 위치하며 촉각은 퇴화돼 매우 작다. 가슴과 배에는 각각 11쌍과 17~19쌍의 나뭇잎 모양 다리가 있어 호흡과 먹이 섭취에 활용된다. 몸 색깔은 짙은 초록빛, 황갈색, 또는 갈색을 띠며 서식 환경에 따라 다양하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주로 봄과 여름(5~7월) 사이 일시적으로 형성된 웅덩이나 친환경 논에서 발견된다. 서식지 수온은 10.7~33.5℃로 부화에 적합한 온도는 22~30℃이며 특히 35℃에서 부화율이 약 80%로 가장 높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잡식성으로 유기물, 원생동물, 모기 유충, 심지어 동족까지 먹는다. 다리로 흙을 휘저어 먹이를 찾으며 흙탕물을 일으켜 잡초 성장을 억제하고 해충 유충을 포식해 친환경 농업에 기여한다. 수명은 약 2~4주로 짧지만 알은 건조 상태에서도 오랫동안 생존 가능하며 우기나 적절한 조건에서 부화한다.

한국에서는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울산, 충북 괴산 등 21개 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됐으며 특히 유기농 논에서 개체 수가 증가했다. 2005년 농약 남용으로 멸종 위기 2급으로 지정되었으나 2012년 친환경 농업 확산으로 개체 수가 회복돼 보호종에서 해제됐다. 그럼에도 자연 서식지에서 아직은 쉽게 관찰되지는 않아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이들의 생태적 가치는 친환경 농법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 보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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