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꼭 닮았네... 영국서 동화책 속 한 장면 같은 일 벌인 곰 2마리
2025-06-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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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벌어진 곰 탈출 사건, 이렇게 마무리됐다

곰들이 말 그대로 꿀을 빨고 돌아왔다.
지난 23일(현지시각) 영국 엑서터 인근 동물원에서 마치 동화책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체중 180kg에 달하는 거대한 유라시아 불곰 두 마리가 우리를 탈출해 관람객들이 대피하고 긴급대응팀이 출동하는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그런데 정작 탈출한 곰들은 한가롭게 꿀을 실컷 먹고 스스로 우리로 복귀했다.
유라시아 불곰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한 곰 종 중 하나다. 불곰의 털은 황갈색부터 진한 갈색, 적갈색, 거의 검은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갈색을 띤다. 털은 조밀하며 최대 10cm까지 자랄 수 있다. 머리는 보통 둥글고 상대적으로 작고 둥근 귀, 넓은 두개골, 그리고 포식용 이빨을 포함한 42개의 치아를 가진 입을 갖추고 있다. 강력한 골격 구조와 최대 10cm까지 자랄 수 있는 발톱을 가진 큰 발을 갖추고 있다.
유라시아 불곰은 일반적으로 단독 행동하는 동물로 달리기와 수영을 잘한다. 몸길이는 보통 120~210cm이고 체중은 135~250kg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곰 가운데 하나다. 북극 툰드라, 아한대 침엽수림, 해안선, 고산 초원, 산림 지대 등 다양한 생태계에서 발견된다. 유럽 개체군은 현재 주로 산악 삼림 지대로 제한돼 있다.
탈출 사건을 일으킨 곰들이 보인 행동은 불곰의 생태적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곰들은 실제로 꿀을 사랑하며 벌집에 끌린다. 대부분 종류의 곰이 꿀을 위해 벌집을 찾지만 흑곰과 불곰이 가장 많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곰들이 벌집을 찾았을 때 꿀만 먹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곰들은 꿀뿐만 아니라 벌집 안의 벌과 유충도 섭취한다.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어서다. 불곰들은 꿀과 함께 벌, 유충, 번데기, 알도 먹어 단백질을 섭취한다. 곰들은 미성숙한 벌을 선호하지만 대안이 있을 때는 꿀도 먹는다.
꿀은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등 건강에도 좋다. 곰들은 큰 발을 사용해 능숙하게 벌집을 열고 공격하는 벌들에게 쉽게 쫓겨나지 않는다. 이는 곰들이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물원 관계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곰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꿀이나 땅콩버터, 잼 등 좋아하는 먹이를 찾는다"며 "후각이 뛰어나서 숨겨놓아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불곰은 사나운 육식동물이라는 평판과 달리 실제로는 칼로리의 90%를 식물에서 얻는다. 유라시아 불곰은 잡식동물로 다양한 식물과 동물을 먹는다. 그들의 식단은 계절에 따라 변하며, 여름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 견과류, 베리류를 더 많이 먹는다. 이런 식성을 고려할 때 이번 탈출 사건에서 곰들이 꿀 창고로 직행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곰 탈출 소식을 전한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영국 엑서터 인근의 동물원 '와일드우드 데번'에서 '미슈'와 '루시'라는 이름의 다섯 살짜리 유라시아 불곰 두 마리가 탈출했다. 남매 사이인 이들은 새끼 곰이던 시절인 2019년 알바니아의 눈사태에서 구조돼 4년 전 와일드우드 데번으로 왔다.
들이 울타리를 뚫고 직원 구역으로 들어온 것이 발견됐고 동물원 측은 관람객 대피와 출입 통제 조치인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했다. 어린이를 포함한 관람객 16명은 헛간으로 대피하고서 문을 잠갔다.
총기 훈련을 받은 동물원의 긴급대응팀이 배치되는 한편 현장에 도착한 경찰도 지원 태세를 갖췄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 속에 동물원 직원들이 CCTV로 탈출한 곰들을 감시했는데 정작 곰들은 태평한 모습이었다.
불곰은 암컷과 새끼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단독 행동하는 동물이지만 때로는 무리를 짓기도 한다. 하지만 미슈와 루시는 남매 사이라는 특수한 관계로 함께 행동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냄새를 맡던 곰들은 열려있는 창고에서 꿀을 발견했고, 일주일 치 꿀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이 꿀은 곰의 간식용으로 동물원 측이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원을 운영하는 보호단체 와일드우드 트러스트 관계자는 "곰들이 잔치를 벌이고 뛰어놀고 밧줄을 잡아당기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는 곰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히려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꿀을 잔뜩 먹은 미슈는 졸린 상태로 다시 우리로 돌아왔다. 꿀의 높은 당분 함량이 곰에게 일시적인 포만감과 졸음을 유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루시도 직원들이 종소리와 좋아하는 음식으로 유인하자 뒤따라서 우리로 들어갔다. 이렇게 곰들은 배부르고 행복한 상태로 55분간의 탈출을 끝냈다.
불곰은 유럽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며 특히 남유럽의 작고 고립된 개체군들이 특히 위험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슈와 루시 같은 개체들의 안전한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탈출 사건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며 동물원은 이후 다시 문을 열었다. 동물원 측은 곰들의 탈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