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속 일처다부 남녀관계가 실제로 한국에서... 남편 등판

2025-06-2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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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아내가 '당신도 사랑하고 그 남자들도 사랑한다'고 하더라”

박현욱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손예진이 연기한 주인공은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며 각각과 결혼식을 올리는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게 왜 잘못이냐"는 대사로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 속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한 남성이 다자연애주의자란 점을 숨기고 자신과 결혼한 아내가 세 번째 남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폴리아모리(다자연애) 아내와 이혼하고 싶다는 A 씨 사연이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소개됐다.

A 씨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는 폴리아모리가 우리 집 아내가 될 줄 몰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 부부는 대학 선후배 사이다. 아내가 신입생이었을 때 처음 만나서 연애하다가 결혼했다"며 "스무살 때부터 함께한 사람이라서 저는 아내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하루는 아내의 휴대전화로 딸과 함께 '티니핑' 영상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알림창 하나가 떴다. '키 178㎝, 종로 거주, 기혼, 폴리아모리'. 뭐지 싶어서 눌러봤는데 믿고 싶지 않은 진실과 마주했다"며 "아내는 익명 X 계정으로 두 사람과 3년 넘게 관계를 이어왔고, 지금은 세 번째 상대를 찾는 중이었다"고 토로했다.

A 씨가 X 내용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아내는 처음에 "사생활을 함부로 보면 형사고소 감"이라고 되레 화를 냈다가 결국 실토했다고 한다. 아내는 "난 폴리아모리다. 당신도 사랑하고, 우리 가족도 소중하지만 그 남자들도 사랑한다"고 밝혔다.

A 씨는 "어떻게 그런 사랑이 있을 수 있냐? 이해할 수 없다. 전 지금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 아이들이 걱정이지만 신뢰가 무너진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게 더 고통스럽다. 폴리아모리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은영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폴리아모리의 개념부터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폴리아모리'는 '많다'는 뜻의 그리스어 '폴리(Poly)'와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아모르(Amor)'가 합쳐진 말"이라며 "간단히 말해, 사랑하는 사람의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관계를 말하는데, 여러 사람과 동시에 애정 관계를 맺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건, 모든 당사자가 그 사실을 알고 동의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래서 흔히 말하는 불륜과는 다르고, 성적인 목적이 중심인 '스와핑'과도 다르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관계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사람들, 또 관련 모임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조인섭 변호사가 "손예진·김주혁 주연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가 떠오른다"고 언급하자 정은영 변호사는 "그 영화에서 손예진씨가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는 인물로 나온다. 극 중에서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게 왜 잘못이냐'는 대사가 나오는데, 폴리아모리를 다룬 대표적인 국내 영화 중 하나다. 당시엔 파격적인 설정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현욱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아내가 결혼했다'는 2010년 개봉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폴리아모리 개념을 대중에게 처음 소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한 여성이 두 남성과 각각 결혼식을 올리면서도 "사랑에 독점은 없다"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전통적인 일부일처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관객들은 낯선 설정에 당황했지만, 일각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폴리아모리를 이유로 한 이혼 청구 가능성에 대해 정은영 변호사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본 사례에서는 아내의 부정행위 자체가 명백하다. 민법 제840조 제1호 부정행위를 이유로 하는 재판상 이혼청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배우자가 폴리아모리라는 사상만 갖고 있고 실제로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떨지 묻는 물음엔 "민법 840조 재판상 이혼원인에는 부정행위, 상대방의 유기, 부당한 대우, 혼인의 회복불능과 더불어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이지 않은 사상이나 신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제6호로 주장해볼 수는 있겠다"며 "법원은 '성격차이로 인한 갈등이 너무 심해 혼인을 지속하는 것이 당사자로 하여금 용인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안겨주는 상황'이라면 제6호 기타 사유로 의율해 이혼을 인용하기도 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만약 아내가 실제로 부정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폴리아모리라는 사상으로 인해 부부관계의 신뢰가 상실해 갈등이 극심하다면 이를 입증해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된 아내가 아이들과 집안일을 방치하고 교회 사람들과 장시간 외박을 하는 등 종교생활에만 열중한 사례에서 '혼인지속이 어려운 이유' 혹은 '악의의 유기'라고 봐 이혼이 인용된 사례도 있으니 사실관계를 잘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육권과 관련해서는 아내의 폴리아모리 사상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정은영 변호사는 "법원은 양육권자를 지정할 때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복리를 가장 중요시하게 고려한다"며 "자녀의 연령, 성별을 고려해, 부모의 애정, 기존의 주양육자가 누구였는지, 양육자의 경제적 능력, 주거 및 교육환경 등을 망라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폴리아모리라는 사상 자체만으로는 아이의 성장과 복리를 저해한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그 신념이 실제로 자녀의 복지에 부정적 영향이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양육권 지정에 법원은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폴리아모리로 인해 아내가 실제로 다른 연인을 다수 만나왔다는 점을 입증하면서 추후 이혼 후에도 그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설시해 남편은 양육권을 주장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A 씨가 아내의 X를 우연히 보게 된 것에 대해서는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부는 누구보다 친밀한 사이라서 휴대전화를 볼 수 있다는 가벼운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형법상 비밀침해죄 혹은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형법 제316조에서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71조 제1항 제14호에서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여기서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 타인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아내의 X 내용들은 타인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아내에게 이익이 되는 비밀이다. 만약 비밀번호가 설정된 휴대폰을 비밀번호를 풀어 봤다면 형법 및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가 같이 성립한다. 비밀번호가 없더라도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편은 티니핑을 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라 비밀번호를 푸는 행위를 하지 않았기에 형법상 비밀침해죄가 아닌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가 만약 형사고소된 남편을 변호한다면 ‘서로 항시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관계였기에 비밀침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찾기 위해 휴대폰을 본 것이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 변호사는 "증거수집을 위한 행위였더라도 아내의 휴대전화를 본 행위는 형사처벌대상이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 형법은 제20조는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해, 정당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 즉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며 "그렇다면 카톡을 열어보는 행위의 위법성이 없는 걸까? 흡사 의심스러운 카톡을 보면 이를 열어보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법원은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유만으로는 비밀침해행위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례에서 남편이 아내의 X를 들여다 본 행위는 비밀침해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겠다"면서도 "메인화면에 우연히 뜬 알람들만 보았고 직접 X에 들어가서 과거 기록까지 열람하지는 않았다면 고의도 없었고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해볼 수는 있겠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폴리아모리'라는 신념 자체보다는 실제 외도 행위가 있다면 이혼 사유가 분명히 된다"며 "신념만으로도 부부 갈등이 극심하고, 혼인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혼 청구가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또한 "양육권은 자녀 복리가 최우선, 신념이 자녀에게 해가 된다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상대방 동의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건 법적으로 위법하다. 우연히 봤다고 해도 정도의 차이에 따라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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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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