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몰수패' 당할 뻔...오늘 FIFA 발표에 가슴 쓸어내린 한국 축구팀
2025-06-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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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광주FC 선수 자격 논란에 밝힌 공식 입장
행정 실수가 부른 축구계 대혼란
광주FC가 무자격 선수 출전 논란으로 몰수패 위기에 몰렸다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최종 판단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6일 FIFA가 공식 서한을 통해 광주FC 선수들의 출전 자격 논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FIFA는 국내 리그에서 선수 자격을 판단하는 권한은 KFA에 있다며, 협회의 기존 결정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FIFA는 서한에서 "해당 선수들은 2025년 KFA 겨울 이적기간 중 국내 시스템을 통해 등록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KFA의 이의 제기 없이 공식 대회에 지속적으로 출전했다"며 "광주FC 입장에서 해당 선수들이 정당한 출전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광주FC의 아사니 선수와 관련된 연대기여금 미납 문제였다. 연대기여금은 선수를 영입할 때 이적료의 일부를 해당 선수가 12세부터 23세까지 소속됐던 팀들에게 배분하는 제도다. 광주는 아사니 영입 과정에서 발생한 연대기여금 3000달러(약 420만 원)를 FIFA 클리어링 하우스에 납부하지 않았다.
FIFA는 클리어링 하우스라는 기관을 통해 영입 구단으로부터 연대기여금을 일괄 수집해 배분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의 연대기여금 미납을 확인한 FIFA는 지난해 12월 17일부로 광주에 대해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내렸다.
문제는 광주 구단이 이 징계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연대기여금 업무를 담당하던 구단 관계자가 적절한 인수인계 없이 휴직하면서 미납 상태가 지속됐고, FIFA 징계 통보도 놓쳤다. 광주는 징계를 모른 채 겨울 이적시장에서 10여 명의 신규 선수를 영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FIFA로부터 광주 징계 관련 공문을 받아 구단에 전달했지만, 동시에 광주의 선수 등록 신청을 승인해버렸다. 이로 인해 광주는 현재까지 K리그1 14경기, 코리아컵 2경기,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경기를 소화했다.

광주의 징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다른 구단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포항스틸러스를 포함해 광주와 경기를 치른 여러 팀들이 프로축구연맹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무자격 선수가 출전한 경기에 대해 광주의 몰수패 처리를 요구했다. 만약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광주는 해당 경기들을 모두 0-3으로 몰수패당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축구협회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고의성 없는 행정 실수로 인한 사고"라며 광주의 경기 결과를 인정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리그의 안정성을 우선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새로 부임한 김승희 KFA 전무이사는 간담회에서 "(축구협회도) 전혀 책임이 없지 않다. 사람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올바르게 걸러내고 최상위 리그인 프로축구연맹과 문제 되는 부분을 공유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논해서 좋은 방안을 FIFA의 서신이 온 이후에 종합적으로 말씀드리겠다"라고 밝혔다.
김 전무는 또 "우리도 미숙한 점을 인지하고 있다. 선수들의 문제, 리그 안정성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고의가 아닌 행정적인 착오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헛되게 된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최상위 리그의 안정성을 갖는 부분이 물론 엄격하게 대회를 공정하게 펼쳐야 하는 협회로서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고의성이 없었던 점을 보고 계속 진행하고 결정을 고심한 게 있다"라고 설명했다.

FIFA는 이번 서한에서 "본 상황에 대한 판단은 KFA의 몫이며, FIFA는 KFA가 해당 선수들의 출전 자격을 유지하고, 항의를 진행한 다른 클럽들에게 '해당 선수들이 출전했던 경기 결과에 제재가 적용되지 않을 것임'에 대해 통지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FIFA는 앞으로의 징계 가능성은 열어뒀다. FIFA는 "이번 FIFA의 입장은 행정적인 해석일 뿐, 향후 등록 금지 규정을 어긴 KFA 또는 광주FC에 대한 추가 징계 검토 및 필요한 절차는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런 조치가 이뤄져도 "해당 선수들의 자격이나 이미 치러진 경기의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 광주FC는 몰수패 위기를 넘겼고,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가 모두 유효하다는 FIFA의 최종 확인을 받았다.
축구협회는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KFA는 "이 같은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미 업무 절차 개선 조치에 착수했으며, 공정한 선수 등록 및 자격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술적 보완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