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원자력안전위원회, 고리 원전 1호기 해체 승인
2025-06-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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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운영 마치고 본격적인 해체 절차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40년의 운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해체 절차에 들어가면서, 국내 원전 역사상 최초로 원전 해체 시대가 열리게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제출한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서를 심의한 결과, 해체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가 공급한 가압경수로(PWR) 방식의 원전으로, 설계 용량은 595메가와트였다.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2007년에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으며, 2017년 6월 영구 정지됐다. 이후 8년 만인 올해부터 해체 작업이 본격화된다.
한수원은 이번 해체 승인에 따라 고리 1호기를 향후 12년 동안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2037년까지 부지를 복원할 계획이다. 우선 2031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고, 2035년에 부지 복원에 착수한 뒤 2037년에 해체를 종료하는 것이 목표다. 해체는 해체 준비, 주요 설비 제거,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부지 복원 순으로 진행된다.
해체는 7월부터 터빈 건물 내 설비와 복수탈염 설비, 옥외탱크 철거를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비관리 구역부터 공사를 시작하며, 석면보온재 제거 후 순차적으로 철거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공사는 약 30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31년 사용후핵연료 반출이 완료되면 방사성 계통 및 구조물 철거, 방사성폐기물 처리 작업이 이어진다.
한수원은 해체 과정에서 방사선 안전 관리, 환경 보호,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핵심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해체 준비를 위한 첫 단계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계통 제염 작업도 진행했다. 제염은 원전 주요 계통에 과망간산과 옥실산 등의 화학약품을 투입해 방사성 물질을 3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작업이다.
고리 1호기 해체는 단순한 철거를 넘어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는 평를 받는다. 국내 최초로 원전의 전 주기 기술을 확보하게 되며 50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588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까지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기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해체 기술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영국 원자력해체청(NDA), 프랑스 ORANO, 캐나다 키네트릭스(Kinectrics), 슬로바키아 자비스(JAVYS) 등과 협력을 이어가며 해체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96개의 해체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중 38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58개는 한수원이 보유하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 1호기 해체 과정 전반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 사회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