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박정일의 피란민촌을 기록한 '복현문화 사진전' 열린다
2025-06-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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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사라지는 공간을 기록하면서 하나의 선상으로 연결된 순환성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대구=위키트리]이창형 기자=사진가 박정일의 피란민촌을 기록한 복현문화 사진전이 대구 복현어울림센터에서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린다.
복현어울림센터는 피란민촌 주민과 인근 학교 학생들의 공동체 회복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대구도시공사와 대구시 북구가 도시재생사업에 2018년 선정되면서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끓임 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사회현상을 사진으로 담아온 박 작가는 2019년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현장에 직접 들어가서 기록했고, 부산 사하구의 홍티마을, 오랜 세월 힘든 삶을 살아온 경주 천북의 한센인 마을 희망농원, 대전역 소제동 일대에 산재해있는 근대문화유산 철도관사마을, 우리나라 마지막 성냥공장 성광성냥공업사, 그리고 최근 경북의 산불로 마을 전체가 화재로 사라진 영덕의 바닷가 석리마을을 사진으로 기록해오고 있다.
박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사라지는 공간을 기록하면서 하나의 선상으로 연결된 순환성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피란민촌은 대구시 북구 복현1동 484-34번지 일원으로 비교적 소규모의 주거지역이다.
6.25전쟁 때 내려온 피난민들이 무허가 건물을 짓고 정착하면서 형성된 곳이다.
당시 피난민들이 잦은 수해로 피해를 보자 대구시에서 이주를 권유해 이재민들이 경북대학교가 확장 이전하면서 주변으로 이동해 남겨진 사유지에 무허가 건축물을 짓고 정착하면서 형성된 곳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137가구가 재래식 및 공동화장실을 사용했을 정도로 생활 환경이 열악하다.
그럼에도 이곳은 하늘이 맞닿을 것 같은 지붕의 처마들, 금방이라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모여 담소를 나눌 것 같은 골목의 벤치, 집 앞의 고무통에서 자라는 붉은 고추와 상추, 잠기지 않은 대문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 그리고 많은 세월에 칠이 벗겨서 색깔이 바랜 골목의 담장들만이 오랜 시간의 흔적을 말해주는 곳이다.
박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서로 다른 과거, 현재, 미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같은 공간 속에서 함께 표현했다. 작품 속 앞의 전경에는 세월을 먹어 곧 사라질 것 같은 청색의 녹슨 철 대문, 중경에는 현재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공간, 그리고 원경에는 앞으로 완성될 신축 아파트를 짓기 위한 하늘 공간의 노란색의 타워크레인이다.”고 말한다.
이어 “나는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담은 텅 빈 선험적 형식이 아니라 그것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고 자연의 결과로 해체되는 사물들로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당장 눈에 보이는 밀도보다는 시간과 함께 쓸려나간 의미의 부재와 그에 따른 관계의 몰락이 분명한 장소들에 집중한다. 프레임 속의 기호와 상징들은 시각적인 무의식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서 관객은 순환으로서의 영원성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