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 불볕더위 속 시위 후 대통령실까지 행진

2025-06-29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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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최고임금 돼 임금 인상 가로막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최저임금 인상·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최저임금 인상·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을 인상해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뒤에는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까지 행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2만 명, 경찰 비공식 추산 1만 1000명이 참가했다.

민주노총 산하 단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 등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기본권 쟁취!' '노조법 2·3조 즉각 개정! 반노동정책 즉각 폐기!'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최저임금 인상하고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모든 노동자에 최저임금·근로기준법 적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해야 할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으로 유리천장이 돼 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수단이 됐다"며 "노동자 최저 임금 대폭 인상이야말로 한국 사회 경제회복과 민생 위기에서 구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외국에서 전쟁이 나고 전염병이 창궐해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물가가 올라도 노동자들의 급여는 제자리걸음"이라며 "윤석열(전 대통령)의 광기를 종식한 지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야말로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며 모자를 던지고 있다. / 뉴스1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며 모자를 던지고 있다. / 뉴스1

민태호 학비노조 위원장은 "지금 최저임금위가 10원짜리 인상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를 향해 "이제는 노동자들을 받들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집회에선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등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며 쟁의행위로 인한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양 위원장은 "두 번 거부된 노조법 2·3조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포함돼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며 "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용된 회계 공시와 타임오프제는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가 이 땅 노동자의 절반"이라며 "70년 전에 만들어진 노조법이 2025년의 우리를 대변하진 못한다"고 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도입한 노동조합 회계 공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타임오프제 감독 등 반노동 정책 폐기와 노동 존중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 10분쯤 용산구 삼각지역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두 방향으로 나뉘어 용산 대통령집무실과 종로구 창성동 국정기획위 쪽으로 각각 행진했다. 행렬은 오후 5시쯤 대통령실 인근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 도착하며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6일 제7차 전원회의에서 합의에 실패해 법정시한을 넘긴 다음 달 1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1만30원)보다 14.3% 오른 시급 1만 1460원을, 경영계는 1만 70원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1∼6월 용산경찰서에 신고된 집회·시위는 총 3254건이다. 1월 634건에서 2∼4월 월 300건대로 줄었다가 지난달 808건, 이달 820건으로 급증했다.

집회 성격도 변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규탄 집회가 대부분이던 것과 달리 최근엔 정책 요구나 면담 신청 목적이 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공공갈등조정비서관실을 신설하고 민원을 직접 듣겠다고 나서며 시민단체들의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사고 대책위원회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면담해 진상조사 요구안을 전달했고, 민주노총도 공공갈등조정비서관실에 요구서를 제출했다. 지난 26일엔 이 대통령이 대통령실 앞 골목상권에서 점심 식사 중 언론노조 관계자와 만나기도 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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