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때문에 2부리그 강등 위기?... 급기야 구단주 이어 감독 입서도 험한 말
2025-06-2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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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훈 감독 “심판 존중하라고 하기 미안할 정도” 폭발

"심판을 존중하라고 하기 미안할 정도다." 유병훈 FC안양 감독의 입에서 이처럼 험한 말이 나왔다.
안양은 2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경기에서 광주FC에 1-2로 졌다. 2연패를 기록한 안양은 7승 3무 11패(승점 24)로 10위에 머물먀, 9위 제주 SK(승점 23)와의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경기는 시작부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안양 선수단과 벤치는 주심의 미흡한 경기 운영에 강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코칭스태프 1명이 퇴장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안양의 핵심 공격수 마테우스가 흥분한 상태에서 위험한 태클을 시도해 레드카드를 받으며 팀의 전력을 약화했다. 유병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마테우스의 태클은 잘못됐다. 흥분한 상태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못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경기 초반 팀이 흔들린 점을 반성하며 "광주에 대해 잘 대응하고 준비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부족해 초반에 팀이 흔들렸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들의 노력과 전술 변화로 안정을 찾았지만 아쉬운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감독은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유 감독은 "심판을 존중한다. 그러나 3경기 연속 선수들에게 '심판을 존중하라'고 말하기 미안한 상황이 반복됐다"며 "경기 흐름을 불합리하게 끊는 부분이 많다. 1경기만 그러면 이해할 수 있지만 몇 경기 연속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감독은 심판 판정으로 인해 선수들의 경기력이 저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참고 대응하지 말자. 냉정하게 하자’고 하는데, 이런 말만 자꾸 반복하고 있다"며 "감독인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선수들에게 영향이 갔다.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신경 쓰다 보니 경기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한 "K리그 규정에 따라 심판 판정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주변에서 계속 심판 판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돼 힘들다"고 토로했다.
안양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은 지난달 20일 심판 판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단순한 오심 차원을 넘어 경기의 흐름을 결정짓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의 심각한 판정 오류들이 누적됐다"고 발언하며 시도민구단이 기업구단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안양은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최대호 시장의 재심 요청을 기각하며 징계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보복성 판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생각하기 나름이다. 오심은 실수로 볼 수 있지만 흐름을 끊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며 "보이는 것보다 자꾸 흐름을 끊거나 흐름을 상대에게 내주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일부 안양 팬은 제재금을 감수하더라도 구단이 심판 판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 감독은 이에 대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사람이다 보니, 10명 중 7, 8명이 판정에 대해 자꾸 얘기해 힘든 상황이다. 가장 영향받는 건 결과인데, 선수들이 계속 심판 판정에 신경 쓰다 보니 경기력도 저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게 문제라고 보는 거다. 오늘 상황도 제대로 돌려보진 않았지만, 몇 게임째 계속 이러고 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심판 비판 발언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질문에 "이것조차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게 지금 K리그의 규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가 나온 상황이면 또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걸 내가 말한다고 해서 고쳐질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체념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다시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유 감독이 이렇게 판정에 민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잔류 마지노선이 9위다. 안양은 지난해 K리그2(2부리그)에서 우승하며 11년 기다린 승격 꿈을 이룬 바 있다. 9위권에 들어가지 못하면 다시 2부리그로 강등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