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웃돈까지 주고 사는데... 정작 한국서는 안 파는 '한국자동차'
2025-06-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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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미국 제이디파워 품질조사 2년연속 1위
현대차 싼타크루즈, 기아 텔루라이드 최우수상 수상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최고 권위의 품질조사에서 자동차그룹 기준 2년 연속 1위를 달성하며 글로벌 품질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국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현대차 싼타크루즈와 기아 텔루라이드가 각각 차급별 최우수 품질상을 수상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제이디파워(J.D.Power)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신차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에서 글로벌 17개 자동차그룹사 중 가장 우수한 종합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올해로 39회째를 맞는 제이디파워 신차품질조사는 1987년부터 시작된 세계 최고 권위의 품질조사다. 고객이 차량 구입 후 3개월 동안 경험한 품질 불만 사례를 집계해 100대당 불만 건수(PP100)를 점수로 나타내며,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만족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올해 조사는 일반 브랜드 18개, 고급 브랜드 13개 등 총 31개 브랜드 가운데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에서 신차를 구매한 약 9만 2000명의 고객들에게 227개 항목의 설문을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17개 자동차그룹 중 가장 낮은 평균점수인 178점을 기록하며 공동 1위에 올랐다. 브랜드별로는 현대차가 일반 브랜드 기준 173점으로 2위, 기아가 181점으로 6위를 차지했다. 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183점으로 3위에 올랐다.
차급별 평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현대차 싼타크루즈가 중형 픽업트럭(Midsize Pickup) 차급에서 공동 1위에 오르며 2년 연속 수상을 이어간 것이다. 이는 현대차가 31년 만에 선보인 픽업트럭의 품질 우수성을 증명하는 성과다.
싼타크루즈는 현대차가 1990년 포니 2 픽업 단종 이후 무려 31년 만에 출시한 픽업트럭이다. 2021년 미국 시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미국, 캐나다 전략 차종이라 한국 등 다른 시장에는 판매되지 않는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싼타크루즈는 기존의 거대하고 투박한 픽업트럭과는 달리 도심에서도 부담 없이 탈 수 있도록 개발된 신개념 픽업트럭이다. SUV의 편의성과 픽업트럭의 실용성을 결합한 '스포츠 어드벤처 비히클(SAV)'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싼타크루즈는 현대차의 중형 SUV 투싼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2.5L 자연흡기 엔진과 2.5L 터보 엔진 두 가지 옵션을 제공한다. 특히 2.5L 터보 엔진에는 8단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돼 스포티한 주행감을 자랑한다.
미국에서의 인기는 판매량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누적 판매 대수 10만대가량을 기록하며 꾸준한 판매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음을 의미한다.
기아 텔루라이드는 준대형 SUV(Upper Midsize SUV) 차급 1위에 선정되며 '최우수 품질상(Segment Winner)'을 수상했다. 텔루라이드 역시 싼타크루즈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북미 전용 모델이다.
2019년 미국 시장에 출시된 텔루라이드는 기아차의 플래그십 대형 SUV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8인승 대형 SUV로 개발된 이 차량은 출시 초기부터 미국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텔루라이드의 인기는 실제 판매량으로 증명되고 있다. 북미에서 연간 10만대가량 팔리며 3열 SUV 판매량 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대형 SUV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차량이다.
텔루라이드는 3.8L V6 GDI 엔진을 탑재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며, 전륜구동(FWD)과 상시 4륜구동(AWD) 옵션을 모두 제공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되어 최대 2268kg(5000파운드)의 견인 능력을 제공하는 것도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텔루라이드는 미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SUV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기아 브랜드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번 J.D.Power 신차품질조사 결과는 현대차그룹이 북미 시장에 특화된 차량 개발과 현지 생산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싼타크루즈와 텔루라이드처럼 현지 수요에 맞춰 개발된 전략 모델들이 품질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출시한 신차에 혁신적인 편의 기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고객 만족을 위한 지속적인 품질 개선 활동을 통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이디파워 조사결과는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기준으로 적극 이용될 뿐만 아니라 업체별 품질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되고 있어, 이번 성과는 현대차그룹의 북미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품질 우수성은 차량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도 입증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IQS 공장 평가에서 3곳의 공장이 제조 품질 우수 공장상(Plant Award)을 수상했다.
아시아 태평양 생산공장 기준으로 현대차 울산5공장과 기아 광주1공장이 공동 2위를 차지했고, 북미 공장 기준으로는 기아 멕시코(KMX)가 공동 3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생산현장 전반에서 제조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차량 설계와 개발뿐만 아니라 실제 생산 과정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싼타크루즈와 텔루라이드의 품질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출시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싼타크루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싼타크루즈가 정식 번호판을 달고 주행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국내 출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여전히 공식적인 국내 출시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텔루라이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기아가 최근 국내에 픽업트럭 '타스만'을 출시한 것과 달리 텔루라이드는 여전히 북미 전용 모델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