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받으면 어디에 쓸 건가요?"…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라는 의외의 ‘이것’

2025-06-3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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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 재난지원금 지급에 한우 수요 폭증

“정부가 소비쿠폰을 나눠주면 어디에 쓰겠나”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품목을 떠올렸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 뉴스1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 뉴스1

바로 지원금을 받으면 ‘한우를 사 먹고 싶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한우는 ‘육류계의 에르메스’로 불릴 만큼 비싸 평소엔 쉽게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한우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전국 평균 소고기(1+등급·안심) 소비자가격은 100g당 1만 3966원으로 집계됐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평년 대비로는 4.4% 하락한 수치다. 반면, 미국산 소고기(갈비·냉동)는 100g당 4408원으로 1년 전보다 11.5%, 평년 대비 30.1% 상승했다. 돼지고기와 계란 가격도 각각 소폭 상승하며 전체 축산물 중 한우 가격만 유독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총수요 진작 차원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국민들은 이 돈으로 그동안 미뤄뒀던 소비를 시작했고, 한우는 그중 대표적인 소비 품목이었다. 고가인 한우는 평소 구매가 쉽지 않지만,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한풀이’ 소비가 늘었다.

한우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비가 확대되는 대표적인 사치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분기 116만 3000마리였던 한우 사육 마릿수는 2017년 2분기 265만 5000마리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젖소는 오히려 감소했고, 돼지는 15.6%, 닭은 70% 증가했다. 한우 소비는 가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소고기 자료사진 / What The Fun-shutterstock.com
소고기 자료사진 / What The Fun-shutterstock.com

2020년 재난지원금 이후 한우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은 급등했다. 당시 도매가는 ㎏당 2만 906원으로 단군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1995년 이후 물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농가들도 반응했다. 2020년 한우 송아지 출생 신고 마릿수는 101만 6300마리로, 평년보다 10.8% 증가했다.

이로 인해 윤석열 정부 들어 한우 ‘공급 과잉’ 문제가 불거졌다. 2022년부터 한우 가격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연평균 소비자가격은 2021년 1만 6499원에서 2023년 1만 3817원으로 낮아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한우 농가는 생산 원가도 건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한우 가격 급락에 농가들은 정부 대책을 요구하며 ‘한우법’을 추진했고, 윤석열 정부는 특정 축종만을 위한 법은 어렵다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 정치적 갈등으로 번진 셈이다.

소고기 자료사진 / kim hyun chul-shutterstock.com
소고기 자료사진 / kim hyun chul-shutterstock.com

이번 소비쿠폰 지급을 두고도 정부는 2020년과 같은 소비 폭발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도 공급 과잉 상태이며,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어도 재고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우 사육 마릿수가 2026년까지 감소한 뒤 2027년부터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도축 마릿수는 2028년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최근 한우 도매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거세우 도매가격은 ㎏당 1만 8236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3%, 암소는 1만 5589원으로 16.1% 상승했다. 도축 마릿수 감소의 여파가 도매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한편 한우 농가는 소비쿠폰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육우 사육농장 수는 8만 1000곳으로 1년 전보다 6.0% 줄었고, 마릿수는 큰 폭의 증가 없이 정체된 상태다. 경쟁은 심화됐지만 수익은 줄어드는 ‘제로섬’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쿠폰이 그 흐름에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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