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킨 어디까지 뻗어나가나….K 푸드 열풍에 14억 인구 입맛 저격 준비
2025-07-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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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된 내수시장에 중국 시장 진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다시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주춤했던 중국 사업이 최근 K푸드 인기를 타고 재가동되는 분위기다. 다만 음식 문화가 지역별로 상이한 중국 시장의 특성상, 단일 메뉴 중심의 프랜차이즈 모델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제너시스BBQ는 최근 중국 쓰촨성 청두에 ‘BBQ 빌리지 청두 동쟈오지이점’을 오픈했다. 동쟈오지이는 청두에서 ‘성수동’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젊은 층 중심의 소비지대가 형성되고 있다. BBQ는 이곳에서 황금올리브치킨, 양념치킨, 소이갈릭 등 대표 치킨 메뉴와 함께 샐러드, 피자, 햄버거 같은 양식, 찜닭, 떡볶이 등 한식까지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현지 MZ세대 소비자에게 K푸드와 한국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거점으로 기대하고 있다.
BBQ는 2003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4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했지만,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 여파로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 이후 지난 5월 청두를 비롯해 베이징, 칭다오 등 8개 전략 지역에서 현지 기업들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재진출을 시작했다. 연내 직영 매장을 각 지역에 열고, 장기적으로 중국 전역에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촌치킨은 2008년 상하이에서 직영 1호점을 연 이후 지난해부터 중국 내 매장을 확대 중이다. 2023년 기준 교촌의 중국 내 매장 수는 19개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의 프리미엄 쇼핑몰 ‘치엔하이 완샹청’에 매장을 열었다. 교촌은 선전을 테스트베드 삼아 상하이, 항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18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bhc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즈그룹은 현재 중국 본토에 매장은 없지만, 홍콩에서 2개 매장을 운영하며 중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2023년 12월 홍콩 1호점을 시작으로 인기를 끌면서 주변 국가로도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굽네치킨도 꾸준히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15년 8월 광저우에 첫 매장을 열었고, 같은 해 11월에는 광둥성 주하이에 3호점을 오픈했다. 대표 메뉴 ‘고추바사삭’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 포화된 내수시장, 중국에서 돌파구 찾는 프랜차이즈들
국내 프랜차이즈들이 중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내수 한계와 함께 중국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중국은 인도와 함께 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 하나로 꼽히며, 2023년 기준 외식 시장 규모는 약 5조 위안(약 1000조 원)으로 추산된다. 연평균 10%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외연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최근 한한령 완화 분위기와 K푸드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도 국내 브랜드 입장에선 진출 적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의 정체도 중국 진출을 서두르게 하는 배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 브랜드 수는 1만 2377개로 전년보다 0.4% 줄었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외식업종 브랜드는 0.6%, 치킨 프랜차이즈는 3.3% 감소하며 전체 업종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다만 중국 시장은 기회 못지않게 리스크도 크다. 지역 간 음식 문화가 뚜렷하게 다르고, 표준화된 메뉴나 운영 방식만으로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대량생산된 제품보다 건강이나 경험 중심의 가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소비층이 젊어지면서 제품, 마케팅, 매장 인테리어까지 전방위적인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프랜차이즈 시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시장”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만큼, 명확한 차별화 없이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