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영화길래…‘평점 9.02’로 2700억 대작 눌러버린 역주행 한국 영화
2025-07-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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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2700억 '드래곤 길들이기' 꺾고 박스오피스 2위 역주행
개봉 2주차에 개봉일 스코어 뛰어넘으며 입소문 탄 한국 영화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는 공포 영화 한 편이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배우 이선빈 주연의 공포 스릴러 ‘노이즈’가 개봉 2주 차에 접어들며 역주행 흥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제치고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박스오피스 2위에 안착했다.

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노이즈’(감독 김수진, 제작 화인컷)는 지난 6월 30일 기준 3만 390명을 동원해 ‘F1 더 무비’에 이어 일일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드래곤 길들이기’(제작비 한화로 약 2700억 원)를 제친 성과다. 지난달 25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는 23만 2959명으로, 장기 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개봉 2주째에 개봉일 스코어보다 일일 관객 수가 늘어난 점이다. 개봉일에 2만 8162명으로 출발한 영화는 첫 주말이 지나 월요일인 30일에 일일 관객 3만 명대에 진입하며 흥행 역주행을 입증했다.
좌석 판매율 또한 인상적이다. 13.9%를 기록하며 ‘F1 더 무비’, ‘드래곤 길들이기’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쳤다. 전체 상영관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실제로 관객들이 좌석을 채우는 비율이 더 높다는 점에서 작품성에 대한 입소문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 수가 늘어나는 이른바 ‘개싸라기 흥행’의 전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노이즈’는 현실적인 공포를 기반으로 한 공포 스릴러다. 영화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층간 소음이라는 현대 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매가 함께 거주하던 집에서 시작된 이상한 소음, 이어 동생의 실종과 윗집-아랫집 간의 극단적 갈등까지, 현실과 공포가 맞닿은 밀도 높은 서사가 펼쳐진다.
주인공 주영 역을 맡은 이선빈은 현실에 지친 워킹우먼이자 언니로서의 절박함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김민석은 실종된 동생의 남자친구로, 류경수는 오해와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아랫집 이웃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수진 감독은 장르적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녹여내며 첫 장편 연출작에서 인상 깊은 데뷔를 알렸다.
영화는 93분 러닝타임 내내 불쾌한 소음과 긴박한 사건 전개를 통해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사운드 디자인 측면에서 섬세한 공을 들였다는 평가다. 단순한 놀래킴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불안정한 음향이 이야기 전개와 맞물려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일부 관객들은 "스릴러라고 생각했는데 공포 영화였다"며 후기로 놀라움을 전했다.

1일 기준 네이버 영화 실관람객 평점은 9.02점을 기록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관객 리뷰에서는 “사운드로 주는 공포가 무서운 영화”, “요 몇 년 사이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 제일 잘 뽑힌 영화인 듯”, “ 위아래 양옆으로 노이로제 걸리는 지옥의 사운드”, “현대인들을 위협하는 일상 속 최악의 공포, 층간 소음”, “마지막까지 오싹하네요”, “사운드에 신경 쓴 듯한 영화로 연출 연기 영상 분위기까지 어우러져 쫄리면서 봤다”, “스릴러로 알고 봤는데 너무 공포잖아…”, “복도식 아파트 무서워요 ㅠㅠㅠㅠ사운드가 주는 공포감이 장난 아니에요”, “배우들 연기 때문에 더 소름!!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소리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남…배우들 연기 장난 아님”, “끝나고 스토리 해석해 보니 다시 한번 소름이…”, “층간 소음이라는 현실 소재 자체가 공포다” 등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흥행 가능성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노이즈’는 개봉 전 이미 아시아, 유럽,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한 전 세계 117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한국 공포영화로서는 드문 기록으로, 해외 장르영화계에서의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노이즈’는 세계 유수의 장르 영화제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시체스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캐나다의 판타지아국제영화제, 독일의 판타스틱필름페스트, 스위스 뉴샤텔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총 7개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이는 작품의 완성도와 독창성을 동시에 입증하는 지표다.
김수진 감독은 이선빈 캐스팅에 대해 "처음 만났을 때 공포 장르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남달랐다"며 "시나리오 해석이 탁월했고, 함께 작업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선빈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영화의 공포감을 실감 나게 만든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노이즈’는 소음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로 효과적으로 확장시키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대작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2700억 원 규모로 제작된 타 영화들이 일제히 개봉한 여름 극장가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흥행 역주행을 이어가는 이 공포 스릴러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폭염 속 한줄기 서늘함을 선사하며, 진짜 공포는 우리 일상 속에 있다는 걸 일깨우는 ‘노이즈’. 여름 공포 영화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실시간 예매율 순위 - 7월 1일 오후 2시 31분 기준
1위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38.1%
2위 ‘F1 더 무비’ 18.2%
3위 ‘슈퍼맨’ 12.3%
4위 ‘노이즈’ 7.0%
5위 ‘드래곤 길들이기’ 2.9%
6위 ‘세븐틴 월드 투어 ‘비 더 선’’ 1.9%
7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
8위 ‘엘리오’ 1.7%
9위 ‘바다호랑이’ 1.3%
10위 ‘위장수사’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