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가 비상계엄 선포문서에 사후 서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5-07-0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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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실패 며칠 후 '없던 일로 하자'며 폐기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비상계엄 선포 문건에 사후 서명했다가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연합뉴스·뉴스1 보도를 종합하면 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전날 강의구 전 대통령 부속실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파악한 해당 의혹을 확인하고자 강 전 실장을 불러 당시 상황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의 계엄 선포문 서명 사실은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지난 2월 강 전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시켜 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 경위를 조사하면서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비상계엄 당시 김주현 전 민정수석은 강 전 실장에게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비상계엄 관련 문서가 있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헌법 82조에 따라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해야 하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통고를 문서로 하지 않았다.
헌법 조항을 확인한 강 전 실장은 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서명이 담긴 비상계엄 선포 문건을 사후에 작성할 목적으로 한 전 총리에게 연락했다. 이후 강 전 실장이 새롭게 작성한 문건에는 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서명란이 포함됐고, 여기에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모두 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외 다른 국무위원들은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 전 총리는 계엄이 실패로 돌아간 며칠 뒤 "사후 문건을 만든 게 알려지면 논란이 될 수 있다", "사후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라며 폐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강 전 실장 보고를 받고 "사후에 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면서도 한 전 총리의 뜻대로 하라고 지시해 해당 문건은 결국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실장 진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전 급하게 국무회의가 소집된 정황도 확인됐다. 강 전 실장은 "계엄 당일 오후 9시가 넘어 김정환 (당시) 대통령실 수행실장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추가로 더 부르라고 지시했다'며 명단을 적어왔는데, 최상목·송미령·조규홍·오영주·박상우·안덕근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국무위원들이 대접견실에 모인 뒤 부속실로 와 강 전 실장에게 비상계엄 선포문을 건네주며 10부를 복사해달라고 지시했고, 김 전 장관은 전달받은 복사본을 국무위원들에게 한 장씩 배부했다고 한다.
이후 행정안전부에서 국무회의 회의록을 인터넷에 등재해야 하는데 의정관실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으니 자료를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을 '2024. 12. 3. 22:17∼22:22'로 기재하고 장소와 참석자들 명단을 기재한 회의록 자료를 행안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자료는 강 전 실장이 쓴 초안을 토대로 작성됐는데, 강 전 실장은 당시 5분 만에 끝난 국무회의를 40분 이상 진행한 것처럼 초안을 작성했다가 이후 수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러한 진술 등을 토대로 비상계엄 계획에 실패한 윤 전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의 위법성에 대한 추궁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사후 문서 작업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