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가 익충이라고? 다른 나라 사례 살펴봤더니 뭔가 이상하다
2025-07-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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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출몰 시 시민 불편 초래하는 '유행성 도시 해충'으로 관리 추세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과연 익충일까, 해충일까. 러브버그는 매년 여름이면 도심과 자연을 가리지 않고 대량 출몰해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지 않으며 생태계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지만 떼로 몰려다니는 모습과 사람에게 달라붙는 습성 때문에 혐오감을 유발하는 게 사실이다.
러브버그는 암수가 교미 후에도 며칠간 꼬리를 맞대고 함께 날아다니는 독특한 생태로 인해 ‘허니문 플라이’, ‘더블헤드 버그’라는 별명을 얻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서식지가 확장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러브버그를 둘러싼 대응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러브버그는 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한다. 성충은 주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약 1주일가량 활동한다. 유충은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다양한 식물의 꽃꿀이나 수액을 먹으며 식물 수분을 돕는다. 하지만 러브버그 유충이 증가하면 이를 먹이로 삼는 새와 포식성 곤충이 늘어나 생태계 균형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됐다. 2022년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도시 열섬현상과 기온 상승으로 서식 환경이 아열대화한 결과로 보인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2022년 4218건에서 지난해 9296건으로 두 배 이상 늘며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러브버그를 익충으로 보는 시각과 해충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 서울시와 일부 지자체는 러브버그가 독성이 없고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고 홍보하며 ‘익충’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6%가 "이로운 곤충이라 하더라도 대량 발생하면 해충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러브버그를 반드시 익충으로만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브버그는 차량 유리에 달라붙어 운전 시야를 방해한다. 또한 사체가 쌓여 건축물과 차량을 부식시키는 등 경제적 피해를 일으킨다. 러브버그의 산성 체액은 자동차 도료에 손상을 입힌다. 서울시는 올해 '유행성 생활불쾌곤충 통합관리계획'을 통해 러브버그를 ‘유행성 도시 해충’으로 분류하고, 친환경 방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은평구는 화학적 살충제 대신 끈끈이 트랩과 물 분무를 활용해 러브버그를 방제하고 있다.
해외에선 어떨까. 러브버그는 1940년대 미국 텍사스주 갤버스턴에서 처음 공식 기록됐으며, 1911년 루이지애나주에서 최초로 관찰됐다. 이후 멕시코만 연안 주인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로 확산됐고,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퍼졌다. 과학자들은 허리케인이 러브버그의 미국 내 확산에 기여했으며, 허리케인 시즌이 강할수록 개체수가 증가한다고 분석한다.
플로리다주는 러브버그를 ‘불쾌 해충’으로 분류한다. 다만 연 2회(4~5월, 9~10월) 수주간 지속되는 러브버그 떼의 출현을 예측 가능한 자연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플로리다 교통국은 운전자들에게 와이퍼액을 자주 교체하고 밝은 색 자동차를 피하라고 권장한다. 방제법으로는 끈끈이 트랩, 고압 물 분사, 오렌지 껍질 추출물 기반 방충제, 라벤더 식물, 흰색 그릇에 따뜻한 물과 베이비 오일을 넣은 포집법 등을 사용한다. 화학적 살충제는 생태계 파괴 우려로 지양한다. 최근 5년간 플로리다에서 러브버그 개체수가 기생성 진균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감소하는 추세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러브버그가 1996년 야야마 제도, 2015년 본섬에서 발견됐다. 오키나와현은 러브버그를 익충으로 간주하지만, 대량 출몰 때 주민 불만이 커지자 공공장소에서 끈끈이 트랩과 조명 조절로 개체 수를 관리한다. 화학적 방제는 최소화하며, 유충 서식지인 낙엽 더미를 정기적으로 치운다. 오키나와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러브버그의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다. 한국과 유사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보인다.
호주 퀸즐랜드주에서도 러브버그와 유사한 털파리류 곤충이 문제다. 퀸즐랜드 정부는 러브버그를 생태계의 일부로 인정하면서도 공공 민원이 급증하자 자외선 조명을 줄이는 한편 물 분무, 끈끈이 트랩 설치 등으로 러브버그를 방제한다. 주민들에게는 방충망 점검과 밝은 색 옷 피하기를 권장한다. 상업 지역에서는 사체 제거 비용과 매출 감소로 인해 ‘해충’으로 간주된다.
2023년 6월 서울에서 러브버그가 대량 출현한 뒤 한국 연구진은 이들의 미생물 군집을 분석해 병원체 전파 위험성을 평가했다. 이는 외래 곤충의 갑작스러운 출현이 병원체 전파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러브버그는 원래 중앙아메리카에서 발견됐지만 현재 북미, 아시아로 확산된 외래종이다. 각국은 생태계 보전과 시민 편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화학적 방제보다 친환경적 관리 방법을 우선시한다.
한국과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러브버그는 생태학적으로 익충이지만 대량 출몰 시 시민 불편을 초래해 ‘유행성 도시 해충’으로 관리되는 추세다. 화학적 방제는 생태계 교란과 내성 문제로 지양되며, 끈끈이 트랩, 물 분무, 조명 조절, 서식지 관리, 천연 기피제 같은 친환경적 접근이 주를 이룬다. 기후변화로 러브버그의 서식지가 계속 확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생태계와 인간 생활의 균형을 맞춘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