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접경지서 포착돼 난리 난 '최대 300kg' 맹수…멸종위기 ‘이 동물’ 정체

2025-07-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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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중국 지린성의 한 고속도로에 출몰한 멸종위기 동물
현재 동아시아 지역 서식 개체 수는 약 500~560마리 추정

북한과 맞닿은 중국 지린성 국경 일대에서 '맹수의 제왕'이 도심 인근까지 출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도로 위를 유유히 거니는 거대한 호랑이의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되며, 지역 주민들과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중국 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최근 중국 현지 매체 홍성신문 등은 “멸종위기 야생 호랑이 한 마리가 지난 2일 오후 4시쯤 지린성 331번 국도에 출현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호랑이는 중국과 북한 국경과 가까운 지린성 훈춘시 부근에서 목격됐으며, 현지에서는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는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로 추정된다.

SNS에 공유된 현장 영상에는 황갈색 털과 검은 줄무늬가 선명한 대형 호랑이가 차량을 앞질러 도로 한복판을 걷는 장면이 담겼다. 주변 차량의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목격 당시의 긴장감이 그대로 퍼졌다.

영상을 제보한 저우 씨는 “차를 몰고 가던 중 도로에서 호랑이를 목격했다”며 “호랑이가 도로의 차를 발견하자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다시 도로로 돌아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호랑이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목격돼 온 개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봄에는 인근 마을에서 방목 중이던 소 약 20마리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고, 주민들이 키우던 돼지·말 등 가축들도 잇따라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중국 지린성에 나타난 야생 백두산호랑이 / 연합뉴스, 베이징바오 영상 캡처
중국 지린성에 나타난 야생 백두산호랑이 / 연합뉴스, 베이징바오 영상 캡처

한 지역 주민은 “이번에 찍힌 호랑이는 체격이 작고 말라 보였는데, 주민들이 평소 경계하던 바로 그 백두산 호랑이일 것”이라며 “사냥에 실패해 사람 사는 곳까지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호랑이의 정체는 바로 ‘백두산 호랑이’다. 아무르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로도 불리는 이 종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양잇과 동물로, 수컷의 경우 몸길이 최대 2.5m, 몸무게 300kg에 달한다. 강력한 턱근육과 발톱, 도약력으로 먹이를 제압하며, 심지어 곰까지도 포식할 수 있는 최상위 포식자다. 포효 소리는 최대 3km 떨어진 곳까지 울려 퍼지며 주변 생태계를 압도한다.

하지만 이런 압도적인 신체 능력에도 불구하고 백두산 호랑이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2008년부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dangered)’ 등급을 받은 이후, 개체 수는 줄곧 감소해왔다. 현재 야생에 서식하는 개체는 약 500~560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멸종 위기의 주된 원인은 서식지 파괴와 인간의 밀렵이다. 백두산 호랑이 한 마리가 생존하기 위해선 평균 1000㎡ 이상의 숲이 필요한데, 벌목·도로 개설·농지 확대 등으로 매년 이들의 서식지는 줄어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보호 조치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일대를 아우르는 146만ha 규모의 ‘호랑이·표범 국가공원’을 지정하고, 추가로 38만ha의 삼림을 조성했다. 이 결과 최근 백두산 호랑이 개체 수는 50마리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호랑이가 출몰한 지린성 국도 331호선 인근은 해당 국가공원의 경계 지점으로, 생태계 복원이 활발히 진행 중인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환경 복구와 보호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야생동물이 더 자주 인간 거주 지역에 출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늠름한 백두산 호랑이. 자료사진 / 뉴스1
늠름한 백두산 호랑이. 자료사진 / 뉴스1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산림 당국은 “특히 봄·여름철에는 백두산 호랑이 활동이 활발해진다”며 "차량으로 이동 중 백두산 호랑이를 마주할 경우, 절대 창문을 열거나 하차하지 말고 조용히 거리를 두라"고 당부했다.

‘호랑이·표범 국가공원’ 측은 백두산 호랑이와 마주쳤을 때의 행동 요령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새끼 백두산 호랑이 근처에는 접근하지 말아야 하며, 앉아 있거나 기어 다니는 행동은 사냥감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금지해야 한다. 마주쳤을 경우에는 등을 돌리지 말고 천천히 뒷걸음치며, 가능하면 큰 소리로 위협을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유튜브, 채널A News

전문가들은 야생 백두산 호랑이의 출현이 단순한 ‘사건’이 아닌, 동북아 생태계 회복의 징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의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이르면 10년 안에 백두대간을 따라 한반도 남쪽에서도 백두산 호랑이를 마주하는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백두산호랑이 / Vladislav T. Jirousek -Shutterstock.com
백두산호랑이 / Vladislav T. Jirousek -Shutterstock.com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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