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대학생 4명 연쇄살인'…한국 최고령 사형수 오종근 사망
2025-07-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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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령 사형수 보성 어부 오종근, 87세 나이로 사망
2007년 전남 보성에서 남녀 대학생 4명을 잇달아 살해한 연쇄살인마 오종근이 복역 중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한국 최고령 사형수였던 오종근이 지난해 87세 나이로 광주교도소에서 숨을 거뒀다. 오 씨는 지병 악화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 씨는 2007년 8월 전남 보성 연안에서 어업에 종사하던 중 관광객들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당시 10대 남녀 커플이 바다 구경을 부탁하자 선뜻 자신의 어선에 태워준 오 씨는 바다 한복판에서 돌변했다.
오 씨는 여성 관광객을 성폭행하려다 남자친구가 제지하자 그를 먼저 바다에 밀어넣어 익사시켰다. 이후 삿갓대로 피해자가 배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가격하는 잔혹함을 보였다. 여성이 극렬히 저항하자 그 역시 바다에 던져 살해했다.
첫 번째 범행 후에도 오 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상시와 같이 어업 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같은 해 9월 보성 지역으로 여행 온 20대 여대생 2명을 다시 자신의 배에 태웠다. 오 씨는 이들을 상대로도 성폭행을 시도하다 결국 살해하는 동일한 수법의 범행을 되풀이했다.
연이은 변사체 발견으로 수사망이 오 씨에게 좁혀들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하지만 오 씨는 끝까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프로파일러 권일용 씨에게는 "공짜로 배를 얻어 타려고 한 저놈들이 잘못"이라며 피해자들을 모독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오 씨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무고한 남녀 4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체포 이후에도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여 재범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오 씨 측은 변호인을 통해 사형제도의 위헌성을 제기했다.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의 중간 단계 형벌이 마련돼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리했으나, 2010년 2월 재판관 9명 중 5명이 합헌 의견을 내면서 사형제 존치 결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같은 해 6월 오 씨의 사형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오씨는 당시 75세의 나이로 국내 최고령 사형 확정자가 됐으며, 동시에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확정된 인물로도 기록됐다.
한편 작년에는 오 씨 외에도 '밀양 단란주점 살인사건'의 범인인 50대 남성 강 모 씨가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국내 생존 사형수는 총 57명으로 감소했다. 이 중 4명은 군형법 위반으로 사형을 선고받아 군 당국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는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28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에 대한 세 번째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을 심리 중이며, 향후 결정에 따라 한국의 사형제도 존폐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