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인 줄 알았는데... 생으로 먹으면 지옥의 맛 경험한다는 한국 과일

2025-07-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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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 특히 널려 있는 이 열매, 보면 무조건 따세요... 효과가 대박

탱자라는 열매가 있다. 탱자가 익는 계절이 오면 남쪽 마을 골목마다 은근한 향이 배어든다. 겉모습은 작은 유자처럼 탐스럽게 생겼다. 하지만 생으로는 절대 못 먹는다. 쓰고 시기 때문이다. 가히 얼굴이 찌푸려지는 맛이다. 하지만 오래도록 몸을 살핀 이들은 탱자의 힘을 알고 기다린다. 오직 효능 하나로 존재를 증명하는 열매 탱자에 대해 알아봤다.

탱자 / '텃밭친구' 유튜브
탱자 / '텃밭친구' 유튜브

탱자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다. 한국에서는 주로 중부 이남 지역에 분포한다. 특히 남부 지방에서 울타리 삼아 심는 경우가 많다. 가지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어 가축이나 사람의 출입을 막는 데에도 활용됐다. 9월부터 11월까지가 제철이다. 이 시기 노란빛으로 익은 탱자는 짙은 향기를 풍긴다.

탱자 / '텃밭친구' 유튜브
탱자 / '텃밭친구' 유튜브

탱자 열매는 겉만 보면 유자나 귤과 비슷하다. 실제로 탱자나무는 감귤류 나무의 뿌리 역할을 하는 대목으로 사용된다. 귤이나 레몬 등 맛있는 열매를 맺는 나무는 병충해에 약한 경우가 많다. 강한 생명력을 가진 탱자나무를 대목으로 사용하면 나무 전체의 생존율과 재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탱자는 귤처럼 생식하기 어렵다. 매우 시고 쓰다. 그래서일까. “유자는 얼었어도 선비 손에 놀고 탱자는 잘 생겨도 거지 손에 논다”는 속담까지 전해진다. 외면당하기 쉬운 과일이지만 약으로는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탱자의 이름은 지역과 역사 속에서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한자로는 ‘지’(枳)라고 한다. 익기 전의 열매는 ‘지실’(枳實), 완전히 익은 열매는 ‘지각’(枳殼)으로 구분된다. 지실은 성질이 강하고 빠르며, 지각은 비교적 온화하고 느리다. ‘본초강목’에서는 지각은 주로 상부 질환, 지실은 하복부 질환에 쓴다고 적고 있다.

탱자는 맛은 없지만 몸에는 유익한 작용이 많다. 특히 피부질환에 좋다.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는 두드러기, 가려움증에 탱자 또는 지실을 써서 치료한 기록이 많다. 보통 탱자를 식초에 담갔다가 불에 구워 환부에 찜질하거나, 지실을 달여서 그 물로 몸을 씻거나 마시는 방식으로 활용해왔다. 최근에도 만성 두드러기 치료에 지실이 쓰인다.

기가 막히고 담이 쌓여 가슴이 답답할 때도 탱자가 효력을 발휘한다. ‘본초강목’에서는 흉격의 답답함, 옆구리의 통증, 오래된 체기, 가슴이 저리고 막힌 증상에 지실을 사용한다고 적고 있다. 현대 한의학에서도 탱자는 위장 장애나 흉부 팽만에 자주 처방된다.

장 건강에도 좋다. 탱자는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한다. 이질이나 점액성 설사, 복부 팽만, 변비와 같은 문제에 도움을 준다. 특히 ‘본초강목’에서는 장풍으로 인한 치질에도 탱자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뜨겁게 구운 지각을 치질 부위에 찜질하면 부기가 가라앉는다는 설명도 있다.

감기에도 좋다. 기침을 진정하는 효능이 있다. 탱자는 기를 아래로 끌어내려 상기된 폐기를 가라앉히는 작용을 한다. 다만 기운이 부족한 사람이나 허약한 기침에는 적합하지 않다. 자궁수축 작용도 있어 임신 중에는 피해야 한다.

관절에도 긍정적인 작용이 있다. ‘향약집성방’에는 “등과 어깨가 뻑뻑하게 쑤시는 것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막힌 기운을 풀고 기혈 순환을 돕기 때문에 관절통이나 근육통에 쓴다.

탱자의 쓴맛을 덜고 약효는 살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지실이나 지각을 햇볕에 말린 후 속씨를 제거하고 밀기울과 함께 볶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향은 깊어지고 독성은 줄어든다. 전통적으로는 탱자 20~30g을 누렇게 볶아 가루로 만든 뒤 따뜻한 술이나 물에 타서 마셨다.

일반 가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탱자청이 있다. 잘 익은 탱자를 깨끗이 씻어 얇게 썬 후 설탕에 재워 두면 향기로운 엑기스가 나온다. 이 액은 따뜻한 물에 타서 탱자차로 마실 수 있다. 신맛이 강한 탱자의 특성을 감안해 꿀이나 유자청을 함께 넣기도 한다.

주스로도 활용 가능하다. 다만 즙을 짜기 전 반드시 속씨를 제거해야 한다. 씨에는 독성이 없지만 쓴맛이 강하다. 즙을 낸 후에는 바로 마시기보다 살짝 데워서 마시면 위장에도 부담이 적다.

음식에도 활용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탱자 껍질을 잘게 썰어 장아찌로 담그기도 한다. 진하게 절인 탱자 장아찌는 비릿한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린다. 한방차나 한약재를 넣는 요리에 향을 더하고 싶을 때 탱자껍질을 약간 넣는 방식도 오래전부터 쓰여 왔다.

탱자 / '텃밭친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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