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 '짜고 치는 고스톱' 없었다

2025-07-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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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분간 15개 질문에 답변하며 달변가적 면모 뽐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 만인 3일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122분 동안 다양한 분야의 15개 질문에 답변하며 국정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깝게·새롭게·폭넓게’가 콘셉트인 이번 회견은 대통령과 기자 사이의 거리를 1.5m로 좁히고 기존 연단을 없애는 등 전례 없는 소통 방식을 시도했다. 회견 방식은 청중과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택했다.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달’ 기자회견 생중계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달’ 기자회견 생중계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2분까지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한다'는 주제로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달변가적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질문 방식은 언론과의 사전 조율 없이 회견장 입장 시 매체별로 제출한 명함을 기자단 간사가 무작위로 추첨해 질문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썼다. 이 대통령은 이를 보고 "주택 추첨 아니냐", "로또가 돼야 하는데"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질문자로 선정된 한 기자는 "제가 원래 이런 운이 안 좋은데 오늘을 위해서 그동안 운이 안 좋았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폭넓게'를 목표로 대통령실 출입 기자 외에도 지역 풀뿌리 언론이 미디어월을 통해 비대면 질문을 했고, 외신 기자의 질문도 통역 후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국민'을 약 23번 언급하며 자신이 국민의 공복임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우리 정부의 확고한 원칙은 오직 국민"이라며 "증명의 정치와 신뢰의 정치로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 응답하겠다"고 했다.

3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 뉴스1
3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 뉴스1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국민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남은 임기를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4년 11개월 동안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1초를 천금같이 여기고 대통령의 1시간, 국가공무원의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한 달의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도 다졌다. 그는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하니 어려움이 많지만 할 것은 하고 있다"며 "주변 참모진이 코피를 쏟고 핼쑥해지는 것을 보면 미안하긴 하지만 공직자가 피곤하고 힘든 만큼 5117만(인구 수)배 효과가 있다는 생각으로 견뎌달라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이 되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하자 참모진들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대통령실 참모들과 회견 준비에 매진했고, 이는 달변가적 면모를 뽐내며 막힘없이 답을 이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솔직함'도 눈에 띄었다. 그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신도시를 만들 것이냐가 최근 논쟁인 것 같다"며 "이런 질문을 할 것 같아 미리 답변을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도권 집중' 등 지역 균형 발전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옥천이 엄청나게 좋아질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옥천을 포함한 소멸 지역에 대한 각별한 대책들은 계속 구상하고 집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대미 관세협상 관련 질문이 나오자 "분명히 물어볼 텐데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을 사실 많이 했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고, '차별금지법' 질문에는 "질문을 받지 말 걸 그랬다"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검찰개혁이나 차별금지법과 같은 논쟁적 주제에는 "곤란하고 예민한 질문을 주셨다"라며 특유의 너스레를 떤 뒤 답변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답변에 따른 대통령실 참모진의 반응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해 답할 때 봉욱 민정수석은 분주히 수첩에 메모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외교·안보 분야 답변이 나올 때 긴장하며 이 대통령 말을 경청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를 가겠다"는 얘기하자 참모진들은 활짝 웃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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