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그냥 '삼각형 조각'으로 자른다면, 돈 싹 다 버리는 셈입니다
2025-07-0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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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어떻게 자르면 더 맛있을까?
입안에서 살아있는 수박 맛의 비밀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은 무더위를 식혀주는 수분 공급원일 뿐 아니라, 달콤한 맛과 아삭한 식감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수박은 9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돼 있고, 비타민 C와 리코펜 등 다양한 영양 성분도 함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수박, 단순히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맛과 영양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다. 과연 수박의 절단 방식이 그 속에 담긴 영양소나 풍미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수박을 자를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식은 반을 가른 뒤 일정 크기로 나누는 ‘삼각형 조각’ 형태다. 반면 요즘은 직육면체 형태로 잘라서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담는 방식이나, 격자무늬로 자른 뒤 껍질을 손잡이처럼 쥐고 먹는 방식도 인기다.
하지만 단순한 모양의 차이를 넘어, 자르는 방향에 따라 수박의 당도나 수분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 전문가의 의견도 존재한다.
수박은 겉으로 보기에는 균일하게 보이지만, 내부는 일정한 방향으로 성질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수박은 꼭지에서부터 밑동까지 수분과 당 성분이 이동하는 통로가 있어, 방향에 따라 당도가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특히 수박의 중심부는 가장 단맛이 강하고 수분이 많으며, 껍질 쪽으로 갈수록 수분은 줄고 섬유질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수박을 꼭지에서 밑동 방향으로 길게 자르면, 한 조각 안에서 중심부와 외곽부의 단맛을 고루 느낄 수 있다. 반면 수박을 가로로 단면만 잘라 조각을 내면, 한 조각마다 당도와 식감의 편차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맛의 차이뿐 아니라 영양소의 분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박에 함유된 리코펜은 빨간색을 띠는 항산화 성분으로, 주로 과육의 붉은 부분에 집중돼 있다. 과육의 중심부가 붉을수록 리코펜 함량이 높은 편이며, 껍질 쪽으로 갈수록 이 성분은 점차 줄어든다. 따라서 자르는 방식에 따라 붉은 부분의 비율이 달라지면, 먹는 양에 따라 리코펜 섭취량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같은 수박을 먹더라도 중심부를 많이 포함한 조각은 더 많은 항산화 성분을 포함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자른 직후 수박을 오래 두면 영양 성분이 쉽게 손실되기도 한다. 수박은 자르는 즉시 표면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수분이 증발하고, 비타민 C 같은 수용성 영양소가 점차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가능한 한 먹기 직전에 자르고, 남은 조각은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잘린 수박 표면에 세균이 번식하기 쉬우므로, 위생적인 절단과 보관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수박을 나무결처럼 ‘세로 방향’으로 자르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수박의 섬유질 방향을 따라 자르는 방식으로, 수분과 당이 흐르는 통로를 따라 절단함으로써 더 아삭하고 달콤한 식감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 방법으로 자른 수박은 중심부와 외곽의 단맛 차이가 줄고, 과육의 결이 살아 있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는 장점이 있다.
자르는 방법 외에도 수박의 보관 온도는 맛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수박은 실온에서 후숙되는 과일은 아니지만, 냉장 보관할 경우 과육의 탄력과 수분 유지에 도움이 된다. 단, 5도 이하로 너무 차게 보관하면 풍미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8~10도 정도의 시원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미 자른 수박은 2시간 이내에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오래 두면 수분과 단맛이 빠지고 조직도 쉽게 물러질 수 있다.
결국 수박은 단순히 자르고 먹는 과일이 아니라, 자르는 방식과 보관 방법에 따라 맛과 영양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예민한 식품이다.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 한 조각이 무더위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만큼, 자르는 방식에도 한 번쯤 주의를 기울여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보기 좋은 모양을 넘어서, 당도와 영양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자르기 습관이 여름철 건강한 식생활의 작은 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