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마지막”…이적 이틀 만에 은퇴 암시한 '한국 축구 레전드'

2025-07-0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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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안팎 놀라게 한 이적 소식 전한 한국 축구 레전드
포항 데뷔전은 오는 19일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가 유력

프로축구 FC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에서 이제는 포항 스틸러스의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고려 중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적 단 이틀 만에 직접 꺼낸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발언은 팬들 사이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19년 12월 31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기성용이 경기가 잘 안풀리자 얼굴을 감싸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12월 31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기성용이 경기가 잘 안풀리자 얼굴을 감싸고 있다 / 연합뉴스

연합뉴스 등 다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기성용은 지난 4일 포항 스틸러스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포항에 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훈련장이나 시설 모두 만족스럽고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해왔기에 더 절실한 마음으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의 이적은 K리그 여름 이적시장 최대 화제였다.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해 유럽 무대를 제외하곤 줄곧 한 팀에서만 뛰어온 그가, 서울을 떠나 포항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결정은 축구계 안팎을 놀라게 했다. 4월 햄스트링 부상 이후 출전이 끊긴 상황에서, 기성용은 서울에서 더는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느끼고 결별을 택했다. 서울 구단은 지난달 25일 공식적으로 이별을 발표했고, 포항은 이달 3일 기성용의 입단을 전격 발표했다.

이미 연초부터 은퇴를 염두에 뒀다는 그의 발언은 더욱 관심을 끈다. 기성용은 “동계 훈련부터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했다”며 “서울에서 팬들과 함께 우승컵을 들고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가족들에게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해뒀다”고 밝혔다.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기성용이 지난 4일 경북 포항시 포항스틸러스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입단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기성용이 지난 4일 경북 포항시 포항스틸러스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입단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부상과 기회 부족 속에서 좌절을 겪은 그는 은퇴 직전까지 고민했다. “서울에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걸 깨닫고, 다른 팀으로 가는 선택이 맞는지 고민이 많았다”며 “당장 은퇴를 택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결정적 계기는 가족, 특히 딸의 바람이었다. “‘아빠가 뛰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딸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말한 기성용은, 국가대표 은퇴 경기조차 부상으로 마무리했던 아쉬움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포항에서의 적응도 순조롭다. 기성용은 “구단 코칭스태프와 동료들 분위기, 훈련 환경 모두 만족스럽다”며 “스완지 시절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편안하고, 팬들도 따뜻하게 맞아줘 감사하다”고 웃었다. 특히 박태하 감독, 김치곤·김성재 코치 등 서울 시절 인연이 있는 인물들과 함께 하게 된 점도 안정적인 적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기성용이 지난 4일 경북 포항시 포항스틸러스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기성용이 지난 4일 경북 포항시 포항스틸러스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성용은 후반기 출전에 대해선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데뷔전은 오는 19일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가 유력하다. 핵심 미드필더 오베르단의 결장으로 기성용에게 출전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 소속팀 서울과의 리그 맞대결은 오는 10월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돼 있다. “상암에서 원정 선수로 뛰는 건 처음이라 이상한 기분이 들 것 같다”는 그의 말에는 서울 팬들에 대한 여전한 애정과 복잡한 감정이 묻어났다.

서울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기성용은 “서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보답하고 싶었지만, 우승이라는 결과를 못 안겨드려 마음이 무겁다”며 “지금은 새로운 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서울 팬들에게도 보답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유튜브, 연합뉴스TV

한편, 그는 선수로서의 마지막 챕터를 후회 없이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믿어준 포항 구성원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에게도 최대한 많은 것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경기장 복귀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기성용이 남은 한 시즌 동안 그라운드 위에서 어떤 마지막 불꽃을 태울지에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상과 이적이라는 굵직한 전환점을 거치며 새로운 유니폼을 입은 그이지만, 오랜 시간 한국 축구를 이끌어온 리더로서의 상징성과 존재감은 여전히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레전드 기성용이 포항 스틸러스에 공식 입단했다. 포항 구단은 지난 3일 기성용을 영입해 중원 전력을 한층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 포항 스틸러스 제공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레전드 기성용이 포항 스틸러스에 공식 입단했다. 포항 구단은 지난 3일 기성용을 영입해 중원 전력을 한층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 포항 스틸러스 제공

기성용 스스로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낸 만큼, 단순한 마지막이 아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여정에 온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가 보여줄 경기력뿐 아니라, 후배 선수들에게 전해줄 경험과 정신적 유산 역시 포항 구단과 K리그 전체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선수 생활 마지막을 스스로 예고한 ‘한국 축구 레전드’ 기성용. 그의 조용하지만 묵직한 발걸음은 이제 새로운 팀의 일원으로, 또 한 명의 상징적인 인물로서 한국 축구의 또 다른 장면을 써 내려가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기성용이 지난 4일 경북 포항시 포항스틸러스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기성용이 지난 4일 경북 포항시 포항스틸러스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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