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호를 위한다지만, 오히려 종이 빨대로 먹으면 맛 없어지는 음료

2025-07-07 14:30

add remove print link

탄산의 맛을 죽이는 종이 빨대
건강에 위협되는 친환경 빨대의 숨겨진 위험

환경을 위해 종이 빨대 사용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특유의 ‘이상한 맛’과 불편함을 이유로 종이 빨대를 꺼린다.

특히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와는 유독 궁합이 좋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단순한 기호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종이 빨대가 탄산의 상태를 바꾸고, 일부 제품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종이 빨대가 탄산을 망친다

탄산음료에는 액체 자체보다 약 4배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다. 이산화탄소는 액체 상태로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기체로 변한다. 음료를 가만히 두었을 때 보이는 기포들이 바로 이 과정의 결과다. 이를 ‘상변화’라고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Wongsakorn 2468-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Wongsakorn 2468-shutterstock.com

탄산이 기체로 변하려면 시작점, 즉 ‘핵’이 필요하다. 이 핵은 주변의 원자들을 모아 큰 기포로 자라난다. 핵이 많을수록 상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탄산은 더 빨리 날아가버린다.

종이 빨대는 바로 이 상변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표면이 매끈한 플라스틱과 달리, 종이 빨대는 거친 섬유질로 만들어져 있다. 이 섬유 사이의 미세한 홈들이 핵이 생겨나기 쉬운 장소가 된다. 결국 탄산이 쉽게 기체로 변해버리고, 탄산 특유의 청량감은 금세 사라진다. 심하면 거품이 빨대를 타고 흘러넘치는 현상도 생긴다.

‘멘토스 폭발’과 유사한 원리

콜라에 사탕 멘토스를 넣었을 때 생기는 폭발적 거품 반응도 같은 원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멘토스 표면에 있는 미세한 홈들이 핵 형성을 촉진한다”고 설명한다. 이와 유사하게 종이 빨대 역시 미세한 홈들 때문에 탄산음료의 기포 형성이 급속도로 일어나게 된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종이 빨대의 섬유질 구조는 멘토스처럼 촘촘한 홈으로 이뤄져 있다. 이것이 반복적인 기포 생성을 유도하고, 탄산의 기체화 속도를 앞당긴다. 그 결과, 음료는 점점 밍밍해진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New Africa-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New Africa-shutterstock.com
무늬 있는 종이 빨대, 독성 물질 우려도

더 큰 문제는 일부 종이 빨대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다. 스페인 사라고사대 분석화학과 연구팀은 다양한 종류의 종이 빨대를 콜라에 담가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무늬가 인쇄된 종이 빨대에서 우려되는 결과를 발견했다.

실험 결과, 인쇄된 종이 빨대에서 총 19종의 화학 성분이 검출됐다. 이 중에는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탈레이트, 발암 가능성이 제기되는 방향족 아민 등이 포함돼 있었다. 내분비계 장애 물질은 체내 호르몬 체계를 교란시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생식기능 저하, 대사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인쇄 과정에서 사용된 화학 물질이 음료로 유입될 수 있으며, 일부는 미세한 종이 조각 형태로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단순히 환경 친화적인 대체재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환경과 건강 사이의 균형 필요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정책이 강화되면서 종이 빨대는 빠르게 대중화됐다. 하지만 건강에 유해한 화학 물질이 포함된 제품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종이 빨대가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환경 보호와 건강 보호는 대립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제품 개발과 유통이 필요하다. 소비자 역시 제품 선택 시 ‘무늬 없는 무첨가 종이 빨대’처럼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