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못 먹었는데…1kg에 '50원' 찍고 난리 난 국민 채소

2025-07-12 07:00

add remove print link

가격 폭락한 국민 채소

불과 몇 년 전 '금파'라 불리며 서민들의 가계를 압박했던 대파가 이제는 정반대 상황에 놓였다. 한 농가는 280kg의 대파를 출하하고도 1만 3350원밖에 받지 못해 충격을 주고 있다. 킬로그램당 50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대파 수확 중인 농가 자료 사진 / 뉴스1
대파 수확 중인 농가 자료 사진 / 뉴스1

최근 KBS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안성의 한 대파 농장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박흥식 씨는 올해 처음 대파 재배에 도전했다. 수확한 대파는 특등급 판정을 받을 만큼 품질도 우수했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280kg를 도매시장에 내다 팔았지만 손에 쥔 돈은 고작 1만 3350원에 불과했다.

박 씨는 "한 4개월 반 정도 키워서 팔러 갔더니 너무 파값이 싸더라. 파 70단에 1만 3350원이 들어왔길래 하도 억울해서 내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문제는 생산비와 판매가격의 극심한 차이다. 대파 1kg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00원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도매가격은 5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산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박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근 대파 농가들도 마찬가지다. 장문길 씨 역시 가격 회복을 기대하며 한 달 이상 출하를 미뤄왔지만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물량을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장 씨는 "출하를 안 하면 이 밭 자체가 썩어진다. 밭 자체가 오염돼서 후작 농사가 아무것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밭에서 대파를 수확 중인 모습 / 뉴스1
밭에서 대파를 수확 중인 모습 / 뉴스1

올해 초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지난 2월 대파 가격은 1kg당 1800원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7월 현재 800원대로 급락했고, 일부 농가는 50원도 안 되는 가격을 받고 있다.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30% 가량 떨어진 수치다.

이 같은 가격 폭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공급 과잉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파 가격이 크게 치솟자 올해 재배에 뛰어든 농가 수가 대폭 늘어났다. 재배면적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기상 여건까지 호조를 보였다. 올해는 장마 기간이 짧고 맑은 날이 많아 작황이 매우 좋았다. 대파 생산량이 예년보다 크게 증가한 배경이다.

대파 손질 중인 농민들 / 뉴스1
대파 손질 중인 농민들 / 뉴스1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신성철 팀장은 "여름 대파 같은 경우도 재배 면적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출하량은 조금 더 많아서 가격은 조금 낮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수요는 크게 줄었다. 경기 침체와 외식업 불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파를 대량으로 소비하던 음식점들의 구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나고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되면서 대파 소비량도 함께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대파 가격의 급등락이 농산물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기상 변화, 재배면적 조정, 소비 패턴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파는 '금파'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비쌌다. 2021년 3월에는 1kg당 5000~7000원까지 치솟아 서민들의 가계를 압박했다. 한파와 장마 등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급감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집밥 증가 등으로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가격에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대파를 출하하고 있다. '국민 채소'라 불리는 대파가 이제는 농민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