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도 잠 설치고 있나요? 문제는 '냉장고' 안에 있습니다
2025-07-0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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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질을 무너뜨리는 식품들
우유 한 잔이 숙면을 돕는다는 말은 익숙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는 오히려 자기 전 유제품 섭취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꿈의 내용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져, 유제품이 ‘악몽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유제품 섭취 후, 기괴한 꿈 꾼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를 통해 유제품과 꿈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맥이완대학교 심리학과 대학생 1082명을 대상으로 식습관, 음식 민감도, 수면의 질, 꿈의 빈도와 정서적 특성을 분석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특정 음식이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가 보고 형식으로 조사하고,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SQI)로 수면 상태를 정량화했다.

응답자의 40.2%는 음식이 수면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꼈고, 이 중 5.5%는 꿈의 내용도 음식과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유제품은 디저트류(22.7%)와 매운 음식(19.5%)에 이어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음식 3위(15.7%)로 꼽혔다. 허브차(13.4%), 과일(17.6%), 채소(11.8%)가 수면에 긍정적인 음식으로 지목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일수록 유제품 섭취 후 악몽이나 기괴한 꿈을 꿀 확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악몽장애지수(NDI)’와 위장 증상 점수가 모두 높았으며, 이는 위장 내 불편감이 수면 중 꿈의 내용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복부 팽만, 소화불량 등 물리적인 불편함이 뇌 활동을 자극하고, 그 감각이 꿈의 형식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유제품이 꿈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연구팀은 유제품 자체가 꿈을 유발한다기보다, 유제품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신체 반응이 수면 중 정서와 감각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자기 전 유제품 섭취 후 속이 불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면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렘(REM) 수면 주기에 영향을 주며, 꿈의 내용이 불쾌하거나 기괴하게 바뀌는 원인이 될 수 있다.

◆ 숙면을 원한다면 저녁 식단부터 점검
이번 연구는 음식이 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대규모로 체계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다. 특히 유제품처럼 평소 무심코 섭취하는 음식이 수면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음식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식단 조절을 통해 악몽이나 수면 질 저하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모든 사람이 유제품을 먹었다고 해서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 꿈이 잦거나, 자기 전 유제품 섭취 후 속이 불편하다면 식습관을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 숙면은 하루의 회복이며, 꿈은 뇌의 감정 정리이다. 잠들기 전 한 잔의 우유가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