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중국 3-0 완파했는데…뜻밖의 '흥행 참패'
2025-07-0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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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안방서 열린 '한국 동아시안컵' 관중 4426명 기록
중국 상대로 3-0 대승 거뒀지만 흥행 적신호
6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의 시작은 경기력 면에서는 흠잡을 데 없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완벽한 승리와는 대조적으로 관중석은 썰렁했고, 흥행 성적표는 기대를 한참 밑돌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EAFF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하며 대회의 포문을 시원하게 열었다. 이동경(김천상무),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 김주성(FC서울)이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하며 공격진의 날카로움을 뽐냈고, 후방 조직력도 안정적이었다. 전술적으로도 스리백과 윙백 조합이 유기적으로 작동했고, 조현우를 축으로 한 수비진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현장의 열기는 무척이나 낮았다. 스포탈코리아 보도 등에 따르면 이날 용인미르스타디움을 찾은 관중은 4,426명. 3만 7,15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숫자로만 보면 '흥행 참패'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

사실상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데이와 무관한 일정이기 때문에 유럽파 선수들의 차출이 어려웠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대표팀을 상징하는 스타들이 모두 빠진 점은 일반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엔 확실히 부족한 조건이었다.
여기에 일정과 환경적인 변수도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 평일 저녁 8시에 열린 경기였고, 당일 기온은 섭씨 33도, 습도는 80%를 넘나들었다. 무더운 날씨는 관중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주저앉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접근성'이다. 개최지인 용인미르스타디움은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대중교통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삼가역(에버라인)에서도 경기장까지 1km 이상 도보 이동이 필요하다. 용인시는 대회를 앞두고 시내버스 및 경전철 증편, 주차 공간 확보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을 찾은 관중들 사이에선 접근성과 편의시설 부족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흥행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A대표팀 경기와의 비교다. 2023년 10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라크전이 열린 당시엔 3만 5,198명이 입장했다. 주말 저녁에 열린 경기였고, 손흥민과 이강인이 모두 출전해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번 대회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불과 9개월 전과의 관중 수 차이는 현격하다.
홍명보호는 이번 대회를 ‘옥석 가리기’와 실전 감각 유지, 그리고 실질적인 아시아권 우위 유지 차원에서 의미 있는 무대로 삼고 있다. 선수 구성도 국내파 중심으로 이뤄졌고,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의 기량 점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 측면에서 이동경, 주민규, 김주성의 득점은 고무적인 성과이며, 후반전 교체 자원들의 움직임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흥행 측면에선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아무리 경기력이 좋고 결과가 완벽해도, 팬이 없는 축구는 텅 빈 메아리일 뿐이다. 특히 6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대회이자, 3경기 모두 한국에서 치러지는 만큼, 개막전의 분위기는 다음 두 경기 흥행의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
오는 11일에는 홍콩과의 2차전, 15일에는 숙적 일본과의 최종전이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특히 일본전은 대회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빅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타 선수들이 빠졌다고는 하나,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선수들의 노력은 값지며, 팬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번 개막전은 경기력으로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관중석의 현실은 K리그 흥행 부진과 맞물려 한국 축구계에 적잖은 고민거리를 던졌다. 홍명보호가 경기장 안에서만큼이나 경기장 밖의 분위기도 뜨겁게 달굴 수 있을지, 남은 두 경기에 시선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