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이례적 전술로 중국에 대굴욕 안긴 뒤 웃으며 한 말
2025-07-0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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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씀드리기 성급한 감은 있지만....”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이 중국전 결과와 전술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한국은 7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중국에 3-0으로 크게 이겼다. 전반 이동경(김천), 주민규(대전), 후반 김주성(서울)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최근 중국전 6연승을 이어간 한국은 상대 전적에서도 39전 24승 13무 2패로 격차를 벌렸다. 중국은 한국에 6경기 연속으로 무득점으로 지는 굴욕을 안았다.
평소 포백을 주력 수비 전술로 활용하던 홍명보 감독은 이날 이례적으로 스리백 수비라인을 선발부터 가동했다. 김주성과 박진섭(전북), 박승욱(포항)에게 최후방 수비를 맡기고, 이태석(포항)과 김문환(대전)이 좌우 윙백 자리에 섰다. 이들은 중국의 공격을 확실하게 틀어막아 무실점 승리의 발판을 놨다.
K리거 23명, J리거 3명 등 유럽파 없이 멤버를 꾸린 홍명보 감독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6명(김봉수, 이호재, 강상윤, 모재현, 서민우, 이승원)을 비롯한 여러 선수를 점검했다. 후반에는 A매치 경험이 없는 새내기들을 대거 교체 투입하기도 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준비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잘했다"며 웃었다. 이어 "(월드컵) 3차 예선 때와 다른 건 수비적인 측면"이라면서 "전통적인 수비수 3명이 스리백 역할을 했는데, 공격 루트를 만들어간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오른쪽의 박승욱이 한두 번 실수했지만 바로 수정을 했고, 반대로(왼쪽으로) 전환해 이태석이 찬스를 만드는 장면 등 준비한 패턴을 선수들이 집중력을 가지고 잘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홍 감독이 구사한 스리백은 스리백 중 좌우 수비수가 보다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변형 스리백' 전술이다.
홍명보 감독은 "스리백에 풀백 선수가 한 명 들어와서 하는 것보단 조금 더 어려움은 있었지만, 세 중앙 수비수의 볼 배급이나 전환 등은 오늘 괜찮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쿠웨이트전에서 후반 변형 스리백을 썼던 적은 있지만 시작부터 스리백을 내세운 건 부임후 처음이었다.
1년 남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홍명보호로선 포백과 스리백 등 다양한 카드를 갖추는 게 중요한 과제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활용한 스리백 전술이 월드컵 본선에서 수비 전술의 '1번 옵션'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말씀드리기 성급한 감은 있지만, 이게 플랜 A가 될 수도 있고 플랜 B가 될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 어떤 선수가 (스리백 전술에) 수비적, 공격적 역할로 들어갈 수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계속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1년 뒤 얼마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느냐, 날씨가 굉장히 무더운 곳에서 뛸 수 있느냐는 전술 전략보다 훨씬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동경이 자신의 장점인 왼발로 득점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가지 않았나 싶다. 주민규의 추가 골도 마찬가지고, 대비한 거에 비해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후반에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부분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데뷔전을 치른 선수들에 대해서는 "대표팀 데뷔전이 쉽지 않다는 걸 본인들도 많이 느꼈을 것이다. 다음 경기에도 젊은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뒀다. 이 선수들을 꾸준히 관찰하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데얀 주르예비치 중국 감독대행은 "한국은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면서 "시작은 계획대로 했는데, 한국이 워낙 강했고, 압박이 센 나머지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