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다에 이게 왜?...제주서 잡힌 멸종위기 '이 동물'에 초비상
2025-07-0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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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앞바다서 그물에 걸려 발견된 약 1.8m 길이 멸종위기종
기후 변화가 바다 생태계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열대성 어종들이 국내 해역에서 포착되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이번에는 멸종위기종인 ‘만타가오리’가 제주 앞바다에서 잡히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 연안에서 약 1.8m 길이의 만타가오리가 조업 중 어부의 그물에 걸려 발견됐다. 무게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성체 기준으로는 평균 1t에 달할 수 있는 거대한 개체다. 이 만타가오리는 불법 포획이 아닌 우연한 조업 과정에서 포획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후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김병엽 교수 연구팀에 기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만타가오리 출현이 단순한 이례적 사례가 아니라, 기후 위기 현상의 일환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같은 날 제주 해역의 해수 온도는 섭씨 30도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무려 7~8도나 높은 수치로, 해양 생태계 전반에 걸친 생물종 분포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만타가오리는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대형 가오리류다. 세계 최대 가오리로 알려져 있으며, 수면 가까이에서 유영하며 플랑크톤과 미세 생물을 주식으로 삼는다. 이빨이 아닌 아가미를 통해 먹이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영양분을 섭취하는데, 이러한 독특한 생태는 대형 어류임에도 온순한 성격을 지니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이번 사례 외에도 만타가오리는 지난 2023년에도 제주 인근에서 포착된 바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FIRA)에 따르면, 당시 서귀포 문섬 해역에서 다이버들의 카메라에 포착되었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후 변화와 연관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애니멀 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현직 스쿠버다이빙 강사 A 씨는 “팔라우에서 만타가오리를 만난 적이 있다. 사람을 따라 유유히 헤엄치는 장면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만타가오리가 잡혔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가 만든 비정상적 장면일 수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타가오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에서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필리핀, 멕시코,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만타가오리의 지느러미와 피부가 식재료 또는 약재로 활용되며, 이로 인한 밀렵과 남획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가자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생계형 포획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주민들은 단백질 보충을 위해 kg당 3달러 수준에 고기를 구입해 섭취한다는 후문.
흥미로운 점은 만타가오리의 지능이다.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 연구진은 만타가오리가 ‘미러 테스트’를 통과한 최초의 어류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행동을 통해 자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돌고래나 유인원처럼 고등 인지 능력을 가진 생물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또한 만타가오리는 개체별로 독특한 색상 패턴을 지니고 있어 일종의 ‘지문’처럼 식별이 가능하다. 동태평양에 서식하는 개체들은 배면이 검은색을 띠는 반면, 서태평양의 개체는 주로 흰색을 띠며, 이는 연구자들에게 지역적 분포와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해양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볼거리 차원이 아니라, ‘해양 열대화’라는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제주 해역에서는 대형 참다랑어까지 잇따라 출현하고 있으며, 이는 해양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달 모슬포 인근 마라도 해상에서 최대 150kg에 달하는 참다랑어 70여 마리가 그물에 잡히며 ‘열대성 어종 북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연안에 점점 더 많은 열대성 어종이 출현하면서, 단순한 이상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생태계 재편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번 만타가오리 사례가 던지는 경고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더 자주, 더 북쪽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와 연구기관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