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완패→3-4 대역전패...한국 축구에 연달아 무너진 뜻밖의 '이 나라'

2025-07-0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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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중국축구협회(CFA) 4개국 친선대회서 한국에 3-4 역전패
불과 하루 전날 홍명보호에 0-3으로 무릎 꿇은 이 나라

중국 축구가 다시 한번 '공한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성인 대표팀과 유소년 대표팀 모두 한국에 연달아 패하며, 세대와 무대를 가리지 않는 완패의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수년간 야심차게 키워온 ‘황금세대’마저 한국 축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점에서 충격의 여진이 크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 한국 U-16 대표팀 선수들 / 연합뉴스, 중국축구협회 제공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 한국 U-16 대표팀 선수들 / 연합뉴스, 중국축구협회 제공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중국 16세 이하(U-16) 대표팀은 지난 8일(한국시간) 중국 선양에서 열린 2025 중국 4개국 축구대회 최종전에서 한국 U-16 대표팀에 3-4로 역전패했다. 전날에는 중국 성인 국가대표팀이 동아시안컵(E-1 챔피언십) 첫 경기에서 한국에 0-3으로 완패한 바 있어, 이틀 연속 이어진 한국과의 맞대결에서 모두 무릎을 꿇는 수모를 겪었다.

이날 경기에서 중국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수비수 루치정이 선제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 11분 김지호의 동점골을 시작으로, 전반 24분 김지호의 멀티골, 전반 44분 남이안의 추가골로 전반을 3-1로 마쳤다. 후반 초반 중국은 교체 투입된 셰진의 1골 1도움 활약 속에 3-3 동점을 만들며 반격에 나섰지만, 후반 21분 최민준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끝내 무너졌다.

한국은 이 승리로 우즈베키스탄(1-0), 일본(2-1), 중국(4-3)을 차례로 꺾고 3전 전승으로 대회를 우승했다. 반면 중국은 1승 2패로 3위에 그치며 자국 대회에서의 성과를 챙기지 못했다.

이번 U-16 대표팀은 단순한 연령별 대표팀이 아니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10년간 추진한 ‘축구굴기’ 정책의 일환으로, 막대한 투자를 통해 육성한 ‘황금세대’로 불렸다. 유소년 시스템 전면 개편, 해외 전지훈련 확대, 국내 유스리그 개편 등을 통해 육성된 핵심 자원들이 모인 팀이었다. 그러나 이들마저도 한국 축구를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국 축구가 직면한 근본적인 한계를 다시금 드러낸 셈이다.

이동경이 지난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이동경이 지난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하루 전 펼쳐진 성인 대표팀 경기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데얀 주르예비치 감독 대행이 이끈 중국 A대표팀은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경기서 한국에 0-3으로 완패하며 이렇다 할 저항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슈팅 수 5-15, 유효슈팅 0-7로 압도당했고, 손흥민(토트넘), 이강인(PSG), 김민재(뮌헨) 등 유럽파가 빠진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력 차이는 현격했다.

김주성이 지난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슛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김주성이 지난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슛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중국 매체 ‘소후닷컴’은 “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에 연이틀 패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성인 대표팀도, U-16 대표팀도 한국에 무너졌다. 이틀 만에 '더블킬'을 당한 안타까운 결과”라고 보도했다.

이번 이중 패배는 단지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국 축구가 그간 내세워온 ‘성장’의 서사가 허상에 가깝다는 사실이 경기력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는 유소년 등록 선수 수가 급증하고, 리그 및 대표팀 체계도 정비됐지만, 여전히 국제 무대에서 보여지는 경기력과 전략·전술 이해도, 위기 대응력 등은 한국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3대0으로 승리 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뉴스1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3대0으로 승리 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뉴스1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수비 조직력과 후반 집중력이다. 이번 U-16 경기에서도 중국은 후반 13분 동점을 만들고도 불과 8분 만에 결승골을 허용했다. 체력, 전술 운영, 정신력 모두에서 밀리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앞서 A대표팀 경기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조직적인 수비, 기민한 전환 플레이, 공간 침투에 모두 뒤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축구는 여전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내부에서는 구조적인 쇄신과 지도자 교육, 리그 경쟁력 강화, 외국인 코치 영입 확대 등을 통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물량 투자만으로는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대 불문, 무대 불문 일관된 축구 철학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유소년 단계부터 대표팀까지의 일관된 스타일, 전술 훈련, 체계적인 육성 로드맵은 결국 국제 무대에서의 실력 차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3대0으로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3대0으로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이번 0-3 완패, 3-4 역전패는 단지 ‘이틀간의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지난 10년간 두 나라가 축구에 접근한 방식의 차이, 그리고 그 성과가 극명히 갈린 결과였다. 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 ‘공한증’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중국 축구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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