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고기를 생고기처럼 맛있게 녹이려면... '이것' 두 스푼만 넣어보세요
2025-07-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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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물에 설탕 두 스푼 넣어 해동하면 OK
꽝꽝 언 고기를 부드러운 생고기처럼 만들 수 있다면 고기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것이다.
장홍제 교수(광운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가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서 냉동 고기를 생고기처럼 부드럽고 맛있게 즐기는 과학적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고기를 해동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피하고 화학적 원리를 활용해 최상의 맛과 식감을 얻는 비법을 소개한다.
냉동 고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해동 과정이 중요하다. 장 교수는 따뜻한 물에 고기를 넣어 빠르게 해동하는 방식이 최악이라고 꼬집었다. 물은 얼면 부피가 커지는데, 고기 역시 수분으로 가득 차 있어 냉동 시 세포가 터지면서 영양소와 맛 성분이 손실된다. 따뜻한 물로 해동하면 단백질이 변성돼 고기가 질겨지고, 마치 계란프라이처럼 단단한 구조로 바뀐다.
이를 막으려면 차가운 환경에서 천천히 해동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전날 냉장실에서 24시간 정도 서서히 해동하는 것. 고기가 크다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표면이 촉촉하고 탄력이 느껴질 때 요리해도 괜찮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알루미늄 팬 사이에 고기를 끼워 열전도율을 활용하거나, 4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설탕 두 스푼을 넣어 해동하면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설탕은 어는점을 낮춰 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소량 사용 시 단맛이 고기에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맛을 살린다. 소금은 삼투압 때문에 수분과 영양소를 빼앗아 비추천된다.
전자레인지로 해동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 조리 기능으로 1분 정도 돌리면 겉은 익고 속은 얼어 있는 상태가 되기 쉽다. 이는 고기를 변성시키고 요리가 제대로 되지 않게 만든다. 전자레인지의 해동 기능은 저온으로 천천히 녹이므로 적합하지만, 조리 기능은 강한 열로 고기를 익혀버린다.
장 교수는 전자레인지가 물 분자를 진동시켜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를 설명하며, 건조된 식품은 물을 뿌려야 효과적으로 데워진다고 덧붙였다. 건강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전자레인지는 X선이나 감마선과 달리 DNA를 파괴할 정도의 에너지를 내지 않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조리 도구다.
고기를 구울 때 기름이 튀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흥미롭다. 알루미늄 포일 대신 종이 포일을 팬에 깔면 기름이 흡수돼 튀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밀가루나 전분가루를 고기에 묻혀 구우면 기름을 흡수하면서 탕수육 같은 바삭한 식감을 낼 수 있다. 밀가루가 기름에 잘 녹는 화학적 성질 덕분이다. 반면 소금은 기름을 흡수하지 못해 효과가 없다.
고기를 굽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뜨거운 팬에 고기를 올리면 치직 소리와 함께 마이아르 반응이 일어나 맛있는 향과 갈색 빛깔이 생긴다. 반면 콜드 시어링은 차가운 팬에 고기를 올리고 서서히 가열해 내부를 고르게 익히는 방식이다. 이 경우 저온에서 시작해 마지막에 고온으로 마무리하면 마이아르 반응을 유도해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마이아르 반응은 단백질의 아미노산과 탄수화물의 당분자가 177도 이상에서 결합해 고소한 풍미를 내는 화학 작용이다.
숙성은 고기의 맛과 식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장 교수는 숙성하면 근육과 지방 조직이 분해되면서 부드러워지고 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숙성 고기는 쫄깃한 식감이 줄어들어 선호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건식 숙성은 겉이 마르면서 내부가 부드러워지는 방식으로 집에서 시도하기 쉽다. 반면 습식 숙성은 미생물 번식 위험이 있어 전문 환경이 필요하다. 물에 담가 숙성하는 방식은 온도 유지를 위한 보여주기식일 뿐 큰 효과는 없다.
고기 누린내는 주로 지방 성분의 산화로 생긴다. 삼겹살처럼 지방이 많은 부위는 보관 중 산소와 접촉하며 산패돼 냄새가 난다. 이를 방지하려면 밀폐 보관하거나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구우면 지방이 녹아 냄새가 사라지지만, 살코기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면 썩은 것이니 먹지 말아야 한다.
암컷 고기는 수컷보다 냄새가 덜한데, 이는 수컷의 호르몬이 지방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누린내 제거에는 열처리가 효과적이며, 어류는 식초나 쌀뜨물로 중화 반응을 일으켜 냄새를 줄일 수 있다. 고기는 구우면 휘발성 냄새가 날아가 별도 처리가 필요 없다.
냉동실 냄새가 고기에 배는 걸 막으려면 랩으로 완벽히 밀폐해야 한다. 냉동실의 공기 순환은 분자 충돌을 늘려 냄새가 붙기 쉽게 만든다. 장기 보관 시 냄새가 누적될 수 있지만, 밀폐 용기나 랩을 사용하면 이를 줄일 수 있다.
탄 고기에 대한 오해도 풀렸다. 장 교수는 탄 고기가 암을 유발한다는 걱정은 과장됐다고 단언했다. 탄 고기의 벤조파이렌 같은 물질은 소장에서 분해되므로, 2톤 정도 먹지 않는 한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연기를 흡입하는 게 폐암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고기를 구울 때는 환풍기를 틀거나 창문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