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지 32.2%서 서식 가능…치사율 거의 100% '위험 동물' 정체
2025-07-14 12:00
add remove print link
만지다가 물리면 최악의 경우 사망

너구리가 서울 등 도심에 자주 출몰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도심 너구리는 광견병 등 인수공통감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심 야생 너구리 분포도(너구리 지도)가 최근 만들어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립생물자원관은 '수도권 너구리 생태 현황 지도'를 제작해 올해 하반기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해당 지도를 살펴보면 수도권 너구리 226개체를 분석한 결과 '인천과 서울 서부 및 경기 남서부 등 그 인접지', '서울 강서·양천·구로', '나머지 경기 북부' 등 3개 지역에 분리된 개체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반경이 평균 1㎢ 미만으로 좁은 너구리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서부간선도로에 의해 서식지가 단절된 상태에서 번식을 거듭하며 유전적으로 단절된 3개 개체군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국립생물자원관은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역별 개체군 분포, 핵심 서식처, 이동 경로, 갈등·질병 발생 현황 등을 추가해 '수도권 너구리 생태 현황 지도'를 완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도심지 32.2%가 너구리가 살 수 있는 지역이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너구리는 도심지 어디서나 출몰할 수 있는, 도심 생태계에 적응한 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부터 도심 너구리를 대상으로 광견병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인수공통감염병 10종과 개과 동물 바이러스·세균성 질병 13종에 대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너구리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이다. 한국에서 너구리는 산림, 초원, 강 주변, 농촌, 심지어 도시 지역에서도 잘 적응해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너구리는 잡식성이라 곤충, 작은 포유류, 새알, 과일, 식물 뿌리 등을 먹는다.
너구리는 대체로 온순하고 사람을 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먹이를 찾아 인간 거주지 근처로 오는 경우가 많아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농작물을 훼손하기도 한다. 위협을 느끼면 도망치거나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지만 새끼나 굴을 지키는 어미 너구리는 방어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야생 너구리는 겁이 많아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려 하지만 먹이에 대한 욕구 때문에 대담해질 때도 있다.
너구리는 광견병을 옮길 수 있는 야생동물 가운데 하나다. 광견병은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감염된 동물의 타액을 통해 주로 물림으로 전파된다. 한국에서는 너구리가 광견병의 주요 매개체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야생 너구리와의 접촉은 이 질병의 위험을 높인다.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접근하거나 비틀거리며 걷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광견병은 사람과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너구리와의 접촉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광견병은 감염되면 생명에 매우 위독한 질병이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신경계를 공격하며 증상이 발현된 후에는 거의 100% 치사율을 보인다. 초기에는 발열, 두통, 물린 부위 통증 등이 나타나고 진행되면 불안, 혼란, 공격성, 마비, 삼킴 곤란, 광수증(물 공포) 같은 신경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사람이나 동물이 증상이 시작된 뒤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다만 물린 직후 즉시 상처를 깨끗이 세척하고 광견병 백신 및 면역글로불린을 투여받으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야생 너구리를 만났을 때는 절대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한다. 먹이를 주는 것은 너구리가 인간에게 익숙해지게 해 생태적 균형을 깨뜨리고 광견병 전파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너구리에게 함부로 접근하거나 만지지 말아야 한다. 겁을 먹거나 위협을 느낀 너구리는 물거나 할퀼 수 있다. 특히 새끼 근처의 어미 너구리는 공격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너구리를 발견하면 만지지 말고 당국에 연락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