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한다, 밤 되자 수천 마리가 바글바글…제주도 항구에 떼로 나타난 ‘생명체’
2025-07-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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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밤바다, 은빛 비늘의 신비로운 파도
치어들의 피서지, 사수포구 비밀 일지
여름 밤 제주도 제주시 사수포구에 예상치 못한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어두운 물가에 다다르면 물 위는 마치 은빛 비늘로 덮인 듯 출렁이고, 그 사이로 물고기 떼가 바삐 움직인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규모만 최소 수천 마리. 마치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표현이 실감 나는 풍경이다.
최근 포구를 뒤덮은 물고기의 정체는 전갱이 치어로 추정된다. 크기가 작고 움직임이 빠르며, 해가 진 뒤 무리를 지어 포구 안으로 몰려드는 특성을 보인다. 최근 수일 사이 이 같은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되면서 주민과 어민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 수온 급등과 민물 유입…서식지 바꾸는 치어들
전갱이는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이다. 일반적으로 최고 서식 수온은 25도 내외인데, 최근 제주 인근 해역의 수온이 30도 가까이 치솟으며 생존에 부담을 느낀 개체들이 시원한 수역을 찾아 포구 안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민물이 유입돼 상대적으로 수온이 낮은 사수포구는 피서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 어선 선장은 “바깥 물이 뜨겁고 여긴 민물도 섞여 차가우니까 애들이 몰려든다”고 설명했다.
🐠 불빛과 먹이…밤이 되면 몰려드는 이유
빛도 하나의 요인이다. 포구에는 밤마다 불빛이 켜지고, 해안가의 조명은 플랑크톤과 작은 어류 같은 먹잇감을 끌어당긴다. 이들을 쫓는 전갱이 무리가 항구로 몰려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 무리 행동과 계절 이동…본능이 부른 ‘떼 이동’
생물학적 본능도 빼놓을 수 없다. 전갱이 치어는 아직 체력이 약하고 천적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집단을 이루며 다닌다. 무리를 지으면 개체별 위험이 분산되기 때문에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집단 행동은 생존 전략이자 자연의 본능인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계절적 이동이다. 전갱이 치어는 보통 수온이 19도에서 24도 사이일 때 활발하게 움직인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연안 수온이 이 조건에 근접하면 치어들은 연안 가까이로 모인다. 포구나 방파제 주변은 이들이 임시 거처로 삼기에 적합한 장소가 된다.
🐠 장관 너머의 경고…“어린 물고기 보호해야”
결국 이들은 생존을 위해, 그리고 본능적인 움직임에 따라 밤마다 포구로 몰려들고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어족 자원의 소중함도 다시금 일깨운다. 어민들은 이 치어들이 무분별하게 포획되지 않도록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밤마다 사수포구를 찾는 전갱이 치어의 무리는 제주 바다 생태계의 역동성과 복잡한 환경 반응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단순한 진풍경을 넘어, 인간과 자연, 생존과 환경 변화 사이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