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에 '이것'만 뿌려도 훨씬 맛있어져요... 전문가도 장담했어요

2025-07-1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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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속여 기왕의 감칠맛에 감칠맛을 더하는 마법 '글루탐산'

소고기에 미원을 뿌리면 더 맛있을까. 맛있다면 왜 더 맛있어지는 것일까. 이승훈 서울대학교 교수가 최근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 세상의 모든 지식’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놨다. ‘맛을 느낀다는 착각 - 소화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이 교수는 소화의 과학과 맛의 비밀을 생화학적으로 풀어냈다. 소고기를 먹을 때 미원이 감칠맛을 더하는 이유부터, 인간이 음식을 맛있게 느끼는 진화적 메커니즘까지 이 교수는 식탁에서 일어나는 마법을 과학으로 설명한다.

소고기 / 픽사베이
소고기 / 픽사베이

이 교수는 소화를 “고분자 물질인 음식을 저분자 형태로 바꿔 흡수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예를 들어 쌀이나 소고기의 단백질은 분자량이 큰 고분자 물질이다. 이런 고분자 물질은 그대로는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혀의 수용체와도 반응하지 않아 맛이 없다. 하지만 소화 과정에서 탄수화물은 포도당이나 과당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지방은 지방산으로 분해된다. 이 저분자 물질들이 혀에 닿아 단맛, 감칠맛,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다.

소고기에 미원을 뿌리면 감칠맛이 폭발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미원은 글루탐산나트륨(MSG)이다. 단백질이 분해돼 생기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을 기반으로 한다. 이 교수는 글루탐산이 ‘우마미’라고 부르는 감칠맛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소고기를 구울 때 마이아르 반응이 일어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지방이 지방산으로 분해되면서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풍미가 생긴다. 여기에 미원을 뿌리면 글루탐산이 추가로 투입돼 감칠맛이 배가된다. 이 교수는 이를 “뇌를 속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미원이 고기의 풍미를 강화해 더 맛있게 느껴지도록 만든다고 했다.

소고기 / 픽사베이
소고기 / 픽사베이

이승훈 교수는 인간이 맛을 느끼는 이유를 진화적으로 분석했다. 인간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고분자 물질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많이 먹어야 한다. 하지만 고분자 물질은 맛이 없어 섭취를 유도하기 어렵다. 그래서 진화 과정에서 포도당(단맛), 글루탐산(감칠맛), 지방산(고소한 맛) 같은 저분자 물질을 맛있다고 느끼도록 뇌가 발달했다. 이들은 도파민을 분비해 먹는 즐거움을 주고, 더 많은 음식을 먹게끔 유도한다. 소고기에 미원을 뿌리는 것은 이 진화적 시스템을 활용해 단백질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요리법인 셈이다.

방송에서 이 교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소화 과정을 자세히 다뤘다. 탄수화물은 쌀이나 밀가루 같은 전분 형태로 들어와 침과 소화액에 의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다. 포도당은 즉시 세포에서 에너지로 사용되지만, 과당은 간에서 주로 지방으로 저장된다. 이 교수는 과당이 포도당보다 더 달게 느껴진다면서 1950~1960년대 미국에서 액상 과당의 사용 증가가 비만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흡수된 후 간에서 필요한 단백질로 재조합된다. 지방은 지용성이라 소화에 시간이 오래 걸리며, 지방산으로 분해된 후 마이셀로 포장돼 흡수된다. 흡수된 지방은 근육과 심장에서 에너지로 쓰이고, 남은 양은 저장된다.

소고기 / 픽사베이
소고기 / 픽사베이

특히 이 교수는 조미료와 약물의 공통점을 흥미롭게 짚었다. 조미료는 900달톤 이하의 저분자 물질로서 소화 과정 없이 바로 흡수되어 뇌에 영향을 준다. 포도당은 단맛, 글루탐산은 감칠맛, 지방산은 고소한 맛을 낸다. 약물도 저분자 물질로 설계돼 빠르게 흡수된다. 예를 들어 알코올은 몸이 필요로 하지 않는 외부 물질이지만 소화관의 허점을 이용해 빠르게 흡수돼 중추신경계에 작용한다. 이 교수는 알코올을 인류가 오랫동안 약으로 사용해 온 전형적인 저분자 약물로 봤다.

한국의 전통 조미료인 된장과 간장도 주목할 만하다. 이 교수는 된장과 간장이 마이아르 반응을 통해 아미노산, 지방산, 포도당이 고농축된 조미료라고 설명했다. 소고기에 미원을 뿌리는 것처럼 된장이나 간장을 요리에 넣으면 감칠맛이 더해져 음식의 풍미가 살아난다. 다만 고농축 조미료는 과다 섭취 시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적당량이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이 교수는 요리를 “음식이 맛있다고 뇌를 속이는 과정”으로 정의하며, 조미료가 음식 섭취를 유도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봤다.

그래서 결론은? 소고기에 미원을 뿌리면 더 맛있어진다. 글루탐산이 감칠맛을 더해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인류의 진화적 전략의 결과다.

이승훈 서울대병원 교수가 소고기에 미원을 뿌리면 맛있어지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 ‘언더스탠딩: 세상의 모든 지식’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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